매일신문

주먹구구 대책은 무대책보다 나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 지자체의 준비 및 성의 부족은 계속 지적됐다. 정부와 국회는 본란에서 여러 차례 비판했으니 오늘은 대구시의 대응을 살펴보자. 한미 FTA는 1년여를 줄다리기했으나 체결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따라서 지역 산업의 수혜 및 피해 정도와 범위를 예상하고 미리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대구시는 정무부시장을 단장으로 관련 산업별 대책팀을 구성하고 세부 대응전략을 마련한다고 한다. 그러나 '장님 문고리 잡는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정교한 대책이 어떻게 나올 수 있겠는가. 대구시는 대구경북연구원과 산업연구원(KIET)에 지역산업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과 향후 대응책 분석을 의뢰한다지만 '뒷북 대응'이 되고 말았다.

대구 섬유와 자동차부품산업은 한미 FTA의 수혜 업종이란 분석이 대세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직물 등 미들스트림이 주류를 이루는 대구 섬유산업의 특성상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FTA의 혜택은 半減(반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부품산업도 모듈(Module)화 추세가 가속화하면 지역의 영세 부품업체들은 한미 FTA란 '경제 고속도로'에 진입조차 못하게 된다. 지역 영세 부품업체들의 구조조정과 함께 M&A를 통한 대형화 대책이 진작 나왔어야 했다.

대책이 없었다는 데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구시가 내놓은 대책을 보라. 거칠기 짝이 없다. 주먹구구 대책은 무대책보다 더 나쁘다. 무대책은 대책이 없었으니 새로 세우면 되지만, 주먹구구 대책은 精緻(정치)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한미 FTA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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