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FTA 위기를 기회로] ②경북 과일 '낙과'하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경북도 내 과일산업도 미국 과일의 직접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당초 예상됐던 관세 철폐 기한이 10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나 수위가 약화되긴 했으나 수입산에 비해 경쟁력이 워낙 약한 까닭에 과일농가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예상 피해는?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미 농·축산물 수입액은 25억 달러,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는 22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곡류, 과일류 등 거의 모든 품목을 수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일류 등 주요 농산물 수입품목의 생산비중이 높은 경북지역은 한미 FTA 체결에 따른 피해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산물 관세가 10년 동안 단계적 인하를 거쳐 없어질 경우 사과, 배 등 26개 주요 농·축산물 생산은 한 해 8천700억 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내 연간 총 농업생산액 33조 3천700억 원의 2.6%에 해당하는 규모다. 관세 철폐 유예 기간이 20년으로 늘어나 생산액 감소가 일정 부분 줄어들긴 하겠지만 피해는 여전히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과일 중에서도 피해가 큰 품목은 사과, 포도, 복숭아. 경북도의 생산 비중이 전국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것들이다.

사과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국내 총 생산량 40만 7천620t 가운데 경북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62%(25만 3천441t)에 이른다. 포도는 45%, 복숭아는 44%를 차지한다.

현재 사과 가격은 수입가격의 1.66배 수준이지만 관세가 없어지면 2.14배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사과가 ㎏당 3천400원일 때 수입 사과는 860원대로 25.2%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북도는 관세 철폐시 국내 사과가격의 13% 하락과 연간 1천260억 원의 생산액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포도는 연간 2천t 정도 수입하고 있는데 관세 철폐시 가격 하락률은 6% 정도로 연간 1천135억 원의 생산액 감소가 우려된다. 배는 430억 원 정도의 생산액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저장기간이 짧은 복숭아는 장거리 수송에 따른 품질 하락으로 대량 수입될 가능성이 낮다. 예상 피해액은 220억 원 정도.

경북도 이태암 농정국장은 "대부분 농산물의 관세 철폐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긴 15~20년으로 산정됐고 계절관세, 세이프가드 등 개방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들이 도입돼 실제 피해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책은?

경북도는 농민 소득 감소분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협의해 소득 직불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연간 2천3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국제경쟁력이 낮은 과수에 대해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폐원이나 대체작목을 개발하는 비용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사과는 생산성이 높은 키 낮은 사과나무로 2016년까지 전면 개체하고 친환경 인증 과일 생산을 현재 9%에서 20%로 높여 품질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또 한·미 FTA 타결을 해외 농산물 시장 개척의 기회로 보고 과수·채소·화훼 가운데 수출 전략상품을 개발, 수출에 대한 일괄지원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외 한상, KOTRA 해외무역관 등과 협력체계를 만들어 수출대상국의 소비자 기호, 유통구조, 검역체계에 대한 사전 연구를 하기로 했다.

대구경북연구원 농림수산연구팀 이상호 박사는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소득안정대책을 수립하고, 한계가 있는 농업소득 대신 새로운 농외소득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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