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삶의 흔적이며 역사의 나이테라 할 수 있다. 과거 보러 가는 길, 보부상이 다니던 길, 장 다니는 길, 약초길, 암자길 등 무수한 길들마다 사연많은 삶들이 녹아 있는 것이다.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길을 걷다 보면 먼저 이 길을 걸은 이들의 고단한 삶에 마음 한쪽이 싸해지기도 한다. 또 마음에 드는 길을 걷다 보면 빗장을 건 마음이 어느새 '무장해제'된다. 걷는 것 하나만으로 자연과 동화되는 느낌도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콘크리트 숲을 떠나 구수한 흙냄새 나는 한적한 길을 찾아 나선다.
◆안동 병산서원 가는 길
10리에 걸쳐 흙먼지 뿌옇게 이는 외줄기 산길. 그러나 유장한 낙동강이 '동행'해줘 풍경이 빼어난 곳이다. 안동시 풍천면에 있는 병산서원은 하회마을에서 한 고개 떨어져 있다. 봄빛이 한창인 병산과 낙동강은 넉넉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병산서원 가는 길은 말 그대로 정겨운 옛날 길이다. 활처럼 굽어진 강변을 따라 서원까지 4㎞ 정도, 빠른 걸음으로 1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길이 아름다워 발품을 팔더라도 꼭 걸어가는 이들이 많다. 200명이 앉을 수 있다는 병산서원 만대루에 오르면 굽이치는 낙동강과 병풍처럼 펼쳐진 병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퇴계 오솔길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의 퇴계 오솔길 '녀던길'은 작년 '전국 국토생태 탐방로'로 선정된 곳. 환경부가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생태자원이 우수한 곳을 중심으로 '걷고 싶은 길, 가고 싶은 길'을 조성하기 위해 전국 5곳을 후보지역으로 택해 검토한 결과 퇴계 오솔길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뽑았다. 퇴계 오솔길은 도산서원과 봉화 청량산을 잇는 15리(6㎞) 길로 낙동강과 봉화 청량산이 한데 어우러져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퇴계가 조선시대 문인들과 나눈 기행문 배경이 된 유서깊은 곳이기도 하다.
◆죽령 옛길
경북 영주시 풍기읍과 충북 단양군 대강면의 경계에 걸쳐 있다. 해발 689m의 죽령길이 난 때는 신라 아달라 이사금 5년(서기 158년). 지금으로부터 1848년 전. 삼국시대부터 경상도 사람이 서울 나들이를 하려면 이 길을 지나야 했다. 청운의 꿈을 품은 선비가 지나기도 하고, 공무를 위해 지방을 오가는 관리나 한밑천을 벌기 위한 장사꾼이 넘어서는 길이 되기도 했다. 죽령 옛길은 2.5㎞ 거리. 주변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오르다보면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정상격인 죽령주막에서 목을 축이며 주변을 감상하더라도 2시간 정도면 왕복이 가능하다.
◆문경새재길
조선시대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길이다. KBS드라마 촬영장이 있는 제1관문을 지나 제2관문까지는 비교적 완만하고 평탄한 오솔길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제3관문까지 올라 '책바위' 등 장원급제를 바라는 사람들의 소원으로 쌓아올린 돌탑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여기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 새재길 4㎞는 조선시대 영남대로 중 남아있는 유일한 옛길이다.
◆선암사에서 송광사 가는 길
전남 순천 조계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장군봉 884m)이지만 1천500년이나 된 고찰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고 있다. 두 절을 잇는 8.7㎞의 숲길은 서두르면 2시간, 느긋하게 막걸리라도 한잔 걸치려면 4시간가량 걸린다. 흙길로 이어져 맨발로 걷는 사람들도 간간이 볼 수 있다.
선암사에서 제2부도밭 쪽으로 길을 잡으면 작은 굴목재를, 다리를 건너면 큰 굴목재를 넘는다. 큰 굴목재 쪽이 길이 좋다. 큰 굴목재를 넘으면 보리밥집이 나온다.
보리밥집을 지나면 대피소. 송광사·선암사 모두 3.3㎞거리에 있다. 큰 굴목재는 가파르지만 송광굴목재는 경사가 완만해 수월하다. 송광사쪽 내리막길은 계곡을 끼고 걷는다. 지루할 만큼 돌계단이 이어지다 마지막 1㎞ 정도는 평평한 흙길. 등산로를 빠져나오면 오른쪽으로 송광사가 나타난다.
◆강원 태백 금대봉
출발지는 태백시와 정선군의 경계를 이룬 두문동재(싸리재·1268m) 고갯마루. 백두대간의 능선이지만 힘들게 산행을 해야 하는 곳은 아니다. 태백에서 정선으로 넘어가는 도로가 고갯마루를 지나기 때문. 고개 정상 부근 산불감시초소 오른쪽으로 넓은 임도가 나있다. 싸리재에서 금대봉(1,418m)으로 가는 불바래기 능선은 풀꽃 군락지이다. 15분 정도 임도를 따라가면 금대봉으로 오르는 입구, 헬기장이 있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야생화 군락이 모습을 드러낸다. '천상의 화원'이란 표현이 있을 정도로 야생화 천지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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