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FTA 위기를 기회로] ③섬유의 부활 올까

섬유는 우리나라가 한미FTA로 가장 수혜를 보는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섬유는 전반적으로 한국이 미국보다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인 분야다. 우리는 수입액 61% 상당에 대해 섬유제품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일부 품목은 얀 포워드 적용을 않는다는 양보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냈다. 반면 우리는 중국을 통한 우회수출을 막기 위한 규제를 약속했다. 이에 대해 지역의 섬유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섬유의 부활 오나

지역의 섬유업체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미국 시장의 한국 섬유의 관세 철폐 부분. 현재 미국 내 섬유 관세율은 평균 13.1%로 일부 품목은 20~32%의 고관세가 붙는다. 이번 합의로 관세가 없어지면 그만큼 한국 섬유는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 가격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이는 곧바로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계속 밀리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호생 (주)성안 부사장은 "우리의 섬유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강력한 가격경쟁력으로 밀어붙이는 중국 때문"이라며 "관세 철폐로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 어느 정도 힘을 얻게 돼 미국 시장에서 우리 섬유의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종윤 (주)비에스지 대표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유럽 제품들과 경쟁하는 고가품 시장에서도 철폐되는 관세만큼 가격 경쟁력이 생겨 적잖은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병룡 대구·경북염색공업협동조합 이사장(삼우D.F.C 대표)도 "한미 FTA 타결로 향후 10% 이상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기술 개발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했다.

안도상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회장은 "가격차로 중국에 눈을 돌렸던 미국 바이어들이 품질이 한 수 위인 지역 섬유업체로 상당 부분 돌아올 것으로 본다."면서 이런 기회를 잘 살린다면 유럽과 중국 사이의 '크래커' 상황에 놓여있는 지역 섬유업체들이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은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개성공단 진출 업체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한재권 서도산업(주) 대표는 "한국산 인정 시점이 생각보다 일찍 올 것 같다."며 "특히 봉제업체들에겐 큰 혜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미국이 향후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경우 일본도 인정할 수밖에 없어 일본 수출 길도 훨씬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우려도 무시 못한다

현재 대구 섬유가 '기능성·산업용 섬유로의 전환'이라는 구조조정 상황에서 미국의 산업용 섬유가 밀려오면 구조조정 노력에 자칫 찬 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나중규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세계적인 산업용 섬유 강국인 미국 제품들의 수입이 늘어나 국내 고부가가치 섬유 시장이 잠식당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기능성 기초소재가 미국으로부터 낮은 가격으로 수입될 경우 국내 업체들의 기술개발 의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얀 포워드 적용에 따른 부작용도 지적됐다. 많은 재직 업체들은 국내 원사 사용으로 인한 당장의 생산비 증가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며 원사 업체들 또한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남형웅 코오롱 세일즈프로모션팀 팀장은 "완제품 업체들이 수익이 안 나면 누가 국내 원사를 사용해 수출을 하겠느냐."며 "원사 업체들이 지금보다 가격을 더 낮출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럴 경우 생산성 향상과 경비 절감 등뼈를 깎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 남 팀장은 "단기적인 해결책이 없어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며 "안정적으로 중국 원사를 대체하기 위해선 2년 정도 시한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섬유업계는 한미 FTA 타결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에는 관세 철폐 등으로 수출 증대가 예상되지만 이에 안주하다 보면 또다시 중국 등에 밀려 섬유가 나락에 빠질 수 있다는 것. 한미FTA가 기회이자 위기라는 지적이다. 나중규 대경연구원 박사는 "가격 효과는 단기적인 요소에 그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품질과 브랜드 등 비가격 효과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홍종윤 (주)비에스지 대표도 "지금의 중·저가 섬유 제품들을 고가품 시장에도 통할 수 있는 부가가치형 제품으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미국 시장을 놓고 면밀한 전략을 세우고 기술개발과 마케팅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

또한 고부가가치 소량 다품종 시대에 걸맞게 업체 간 유기적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호생 (주)성안 부사장은 "지금과 같은 고비용 구조에서 업체들 간의 경쟁은 서로 '제 살 깎기'에 불과"하다며 "전문 분업화를 이뤄 스트림 간 협력체계나 클러스터 등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한동근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우회 수출 방지에 따른 정보 제공을 미국이 요구하는 만큼 이에 따른 교육이나 정보 교류를 통한 네트워크 구성 등을 정부·연구기관에서 지원해 업체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