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트남 이주여성에게 한글 가르치는 박국천 씨

"베트남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월남전 때 파병돼 참전했던 아픈 과거 때문에 늘 가슴 속에 응어리가 맺혀 있었으나 우리나라로 시집 온 베트남 여성들에게 봉사할 기회를 찾아 너무 기쁩니다."

김천 아포교회에서 아포읍에 거주하는 베트남 이주여성 7명에게 매주 한 번씩(금요일) 한글을 가르치는 박국천(61) 씨는 베트남어와 우리말을 섞어가며 유창한 언변으로 인기 '짱' 선생님으로 통한다. 1969년부터 4년간 월남전에 파병돼 통역관으로 근무했던 경력 탓에 이주여성들과 대화에 막힘이 없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글교실에서 박 씨는 "아기를 많이 출산하면 여러 혜택이 있으니까 힘 닿는 대로 아기를 많이 낳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해 폭소가 터지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베트남 하노이 출신으로 2003년 국제결혼으로 아포에 정착하면서 아예 한글 이름까지 지은 전희연(26) 씨는 "말이 통하기 때문에 한글을 배울 때도 너무 좋고 우리 안부를 일일이 물으며 자상한 아버지 역할까지 해 주신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베트남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글은 물론 노래·요리·예절 교실 등을 무료로 열고 있는 아포교회 김태준(52) 목사는 "열정적으로 봉사에 임하는 박 씨로 인해 한글교실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주여성들의 성공적인 정착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이 끝나는 오는 6월에 이주여성들의 합동결혼식도 성대하게 주선할 것이라고 했다.

2004년 해군 대위로 재직하던 외아들이 군에서 순직하는 고통을 당하고 사회봉사에 눈을 돌렸다. 박 씨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겪었으나 지역사회 봉사로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외아들 장례식 직후 해군 장병들이 건넨 부조금과 사비 등으로 태극기 500개를 구입, 아포읍 각 가정에 전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천·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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