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부상을 당했다. 같은 팀의 동팡저우는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위해 로마행 비행기를 탔다. 필자의 눈에는 두 사건의 뚜렷한 인과관계가 보이지 않는데 둘을 묶어놓은 기사가 많다. 기사에서는 동팡저우가 챔스리그에서 먼저 뛴 PSV에인트호벤의 순시앙과 자주 비교된다. 순시앙은 PSV에인트호벤을 거쳐간 박지성과 이영표의 뒤를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맨체스터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필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맨체스터 시티 구단 직원은 순지하이부터 소개했다. 순지하이의 한국 내 인지도에 대해서 물어보길래 잘 모른다고 하니 의아해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는 인도와 대만에서 온 구장 투어의 다른 참가자들과 필자까지 훑어본 맨유 구단 안내 직원이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2월 이동국이 미들즈브러에 입단하면서 필자는 내심 한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했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남 스트라이커이니 특별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영국인 친구들은 아직도 이동국과 설기현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는 4명. 아직도 이들은 유럽에서 '한국인'선수보다 '아시아' 출신 선수로 취급받는다. 한국, 중국, 일본 출신 선수들을 다 합쳐도 손에 꼽을 만큼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아시아에 대한 유럽인들의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영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한국에서도 중국어를 사용하는가?', '한국의 왕은 일본의 왕과 자주 교류하는가?'와 같은 생뚱맞은 질문을 자주 받는다. 간혹, 한국을 무시하기 위한 의도로 묻기도 하지만 정말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직도 유럽에는 아시아에 하나의 문화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다르게 느껴지는 박지성, 동팡저우, 나카무라가 유럽에서는 같은 집단으로 묶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와 한국에 대한 인식은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큰 벽을 만들고 있다. 이 벽이 무너지지 않는 한 유럽인들은 아시아에 대한 좁은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선수들에게 '아시아 대표'가 될 것을 강요할 것이다. '아시아 홍보용 마스코트'라는 비아냥거림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아시아' 출신 선수를 꼽아본다면 누가 될까? 공식적인 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어 정확히 한명을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이영표일 것 같다. 소속팀 토튼햄 핫스퍼가 런던을 연고로 하고 있는 데다 주전 멤버로 주요경기마다 출전하고 있어 그는 이미 런던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박근영 축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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