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국제화 점수는)관광객이 OK 할 때까지 좀 더!

지난해 대구를 방문한 외국인은 11만여 명. 그들에게 비친 대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고동우(대구대 관광학부) 교수는 대구의 국제화 지수에 대해 낙제점에 가까운 60점을 매겼다. 대구에는 방문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바운드' 전문여행사가 없다. 그만큼 시장이 좁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최재덕 대구시 관광과장은 "인구 250만의 도시에서 1시간 이내에 경주와 해인사, 안동, 청도(소싸움축제)와 가야문화권 등 아기자기한 문화를 모두 향유할 수 있지 않느냐."며 '대구에는 볼거리가 없다.'는 주장에 펄쩍 뛴다.

일단 외국인들이 쉽게 대구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그나마 KTX 개통 이후 서울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관광 인프라 측면에서 대구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호텔 등 숙박시설이 전무하다시피하다. 대규모 국제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300실 이상의 특급 호텔이 5, 6곳은 있어야 하는데 대구에는 인터불고호텔(특1급, 342실)밖에 없다. 그랜드와 엘디스리젠트 등 특2급 호텔이 7곳 있지만 객실수는 모두 554실밖에 되지 않는다. 15곳 정도되는 1, 2급 호텔은 시설수준이 크게 떨어진다. 영업이 안되는 일부 호텔들은 아예 '대실' 간판을 크게 내걸고 외국인들의 투숙을 꺼린다. 대구를 찾는 외국인들이 잘 곳이 없어 경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음식점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30여 곳의 음식점이 '관광식당'으로 지정돼 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단체관광객들은 특색없는 음식점으로만 몰린다. 시내 곳곳에서 '모범음식점'과 '외국인지정음식점', '맛락', '명품등급 음식점' 등이 있지만 어느 정도의 맛을 보증하는지 자신이 서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지정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품질(quality)'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내에서 영업중인 2만 6천323곳의 일반음식점의 5% 정도인 1천213곳이 모범음식점으로 지정돼 있지만 수준은 천차만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둔 대구라는 도시브랜드에 걸맞은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개발하지 못한 것도 대구의 숙제다. 대구대 고 교수는 "요즘의 관광트렌드는 지출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대구를 대표할 만한 상품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껏 동성로에서 쇼핑하고 동화사에 가는 정도인데 그것만으로는 미흡하다.

시민 및 관광업 종사자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에게 비친 나쁜 대구시민들의 교통문화로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도로에 내려서는 행태가 가장 먼저 꼽힌다. 교통문화 의식부터 스스로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찾아오는 외국인들을 박대하는 듯한 관광사업자들의 경영의식도 지적된다. 대구시나 구청으로부터 세제혜택을 요구하면서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방식으로는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없다. 관광업계 스스로 매력적인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문제에 대해 고급호텔의 신축이라는 대안과 더불어 관광공사의 '굿스테이(good stay)' 사업 같은 '시민호텔'(가칭) 브랜드를 지정, 중저가 숙박시설을 체인화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동남아지역 관광객의 호평을 받고 있는 '패션뷰티투어' 같은 체험투어 개발도 취약한 대구관광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인당 4만여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패션뷰티투어는 관광공사의 지원까지 받으며 인기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국 최고의 대학도시라는 이점을 살린 대학탐방코스나 서문시장 등의 재래시장 탐방코스, 약령시의 한방의학과 모발이식·성형 등을 상품화한 메디컬코스 등을 타지역과 차별화할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 추천한다.

음식점에 대해서는 제갈 상호 대구관광정보센터장이 "대구시가 주관부서를 정해 재정비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름의 기준대로 지정되고 있지만 대구시민들이 보기에도 혼동을 주는 지정식당제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가 영남권 관광의 허브도시가 되느냐는 대구시는 물론 관광업종사자와 대구시민 모두에게 달려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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