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납치'문제밖에 보이지 않는 일본

'일본이 자국민 납치 문제를 고집하는 것은 6자회담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인터뷰에 대해 일본인 납치피해자가족회가 공영방송을 통해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고 한다. 6일 발매된 일본의 한 월간지와 가진 대담에서 이 장관은 '일본이 북한에 대해 납치 문제를 계속 고집해 6자회담에 마이너스 영향을 준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납치 피해를 당한 입장에서는 발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이 장관의 발언은 납치를 묵인하자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즉 납치문제에 대한 범죄적, 도덕적 판단은 일단 접어두고 6자회담이라는 정치적 상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범위를 좁혀 한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 별도의 틀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문제인데 일본이 줄곧 발목을 잡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 발언의 골자다. 그런데 납치피해자가족회는 일본 NHK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편을 드는 사람이 통일부 장관이라는 것은 한국과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정말 불행한 일"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또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6일 공식적으로 인정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17명 외에 30명 정도가 더 있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물론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많은 납북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납북자 처리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피해의식만을 앞세우는 일본의 최근 움직임과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정치 이슈화하고 있는 아베 내각의 행위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미국 언론들이 일본의 종군위안부 문제 처리에 대해 보도하면서 '자신들의 과거 만행은 사과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납치문제만을 부각시킬 수 있느냐'며 자격론을 지적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처럼 납치문제를 6자회담과 연계시키려는 일본의 움직임이 많은 역작용을 낳고 있다. 2'13 합의에 따른 북'일 간 국교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도 일본이 납치문제를 계속 우기는 바람에 결렬됐다. 이에 대해 미'중'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모두 우려하고 있다. 6자회담에서 납치문제에 대한 성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일본이 외교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먼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국민 납치문제를 합리적인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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