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초강도 청렴책을 발표하자 전국 시도 교육청마다 이와 비슷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교육청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정책의 골자는 대개 이렇다. 직무와 관련해 금품·향응을 받은 교사는 전문직 진입·승진·초빙교원에서 배제되고, 학교장의 경우 중임이 불가능하다. 또 학교급식 및 운동부 운영, 사립학교 재정지원, 교과서 및 부교재 채택, 학생수련 활동, 공사 계약관리 등을 중점 제도개선 분야로 선정해 각종 비리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이 같은 고강도 청렴정책 수립은 지난해 국가청렴위원회(KICAC)가 발표한 기관청렴도 순위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데 기인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반부패청렴정책을 총괄하는 청렴위는 5년 전부터 300여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조사 발표해 왔는데 이 조사 때마다 서울시교육청 등 16개 시도 교육청의 청렴성이 광역시·道廳(도청)이나 부·처·청·위원회 등 타기관보다 미흡했다. 이 낮은 청렴도를 조금이라도 개선해보자는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하다.
심지어 충북교육청은 부패행위자에 대한 '연대책임제'까지 도입하겠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부패 취약 분야인 학교 운동부 운영과 관련, 부패행위가 발생할 경우 당사자는 물론 지휘감독자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교육계는 학교 운동부 운영과 급식운영에서 청렴도가 높지 않았다. 운동부 운영의 경우 금품향응 제공률이 4.1%로, 100명당 4명이 금품이나 향응이 수수되는 것으로 설문에 나타난다. 이와 함께 학교급식 운영관리도 역시 취약한 분야로 금품향응 제공률이 3.5%에 이른다.
운동부 운영의 경우, 후원금 활용의 투명성이 문제였다. 앞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비용 지불시 기관신용카드 결제를 의무화하며 코치 등 지도자 인건비 지원을 확대해 학부모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학교급식의 경우, 금품수수 말썽이 많은 급식재료 구입방식이다. 직영급식의 경우, 급식재료 납품업체와 학교 간에 개별적으로 수의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재료를 구입하고 있다. 바로 이 수의계약 과정이 문제다. 교육청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차 '식재료 공동구매제'를 실시할 방침이다.
학교 행정의 부적절한 관행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말 어느 교육청의 감사담당관(행동강령담당관)은 고질적이고 지능화된 금품 및 향응 수수 관행이 만연해 있어 어디서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아이러니컬하게도 비리를 적발해 처벌하는 업무보다 비리가 노출되지 않게 쉬쉬하는 때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한두 직원의 비리를 처벌하려고 감사를 하다 보면 목표한 감사대상과 관계없는, 별개의 비리가 들춰지기 때문이다. 감자 순을 잡아당기면 줄줄이 여러 개의 감자가 쏟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일부 기관의 비리 사례를 전한 것으로 믿고 싶다.
교육청마다 수립한 비리근절 정책들이 초기 정착 단계에는 적지 않은 잡음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의 거울이 돼야 할 학교마당이 이젠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의 부적절한 먹이사슬 악습을 털어버려야 한다. 모처럼 교육청마다 의욕적으로 수립한 반부패청렴정책 실천 계획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학교행정 주체마다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구호로만 끝나지 않는, 투명한 학교행정을 기대한다.
김덕만 국가청렴위원회 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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