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소식 이후로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왔습니다."
문경제일병원 정신과 과장인 김동화(39) 씨는 최근 언론의 집중조명에 조금은 겸연쩍은 듯했다. 김 씨는 1990년대 말부터 모은 70여 점의 드로잉 작품에 대한 감상과 작가에 관한 이야기, 작품 구입 과정 등을 엮은 에세이집 '화골(畵骨)'(도서출판 경당)을 엮어 펴낸 화제의 인물.
그 중 68점의 작품을 골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AM에서 지난 8일까지 전시회도 열었다. "아마 조금은 외진 곳에서 나왔기에 관심이 더 갔나 봅니다."라는 것이 그 나름의 해석이지만, 김 씨가 모은 작품의 면면을 보면 겸손에 불과하다.
구본웅, 이인성, 김중현,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오지호로부터 김종영, 남관, 유영국, 한묵, 이우환, 윤형근, 김종학, 김점선, 안창홍 등의 작품이 김 씨의 소장품 목록에 올라 있는 작가들이다. 한국 근대미술의 여명기부터 1세대 추상작가는 물론 현재의 중견 작가까지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총망라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김 씨는 대학 다닐 때 우연히 본 화집에서 "특별한 이유도 없이,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감동"을 받은 뒤로부터 화랑가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던 시절, 버스를 타고 퇴근하는 길에 있는 인사동을 자주 드나들었다.
"여유가 많지는 않던 시절이라 몇 달씩이나 돈을 모아 작품 한 점을 사고는 했지요. 드로잉이라는 특정 장르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박수근 화백의 작품 '초가'를 보고 반한 뒤부터였습니다." 몇 달 뒤 가을, 화랑미술제에서 다시 '초가'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드로잉만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인사동길의 변화를 모두 기억할 정도로 드로잉 작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던 그로리치 화랑 등을 숱하게 돌아다녔다.
부산의 공간화랑도 다니고, 대구에 가면 봉산동을 꼭 들러 살펴보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지금과는 달리 드로잉이 그렇게 관심을 끄는 작품은 아니었던 만큼 구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반 회화작품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작가의 역량을 엿볼 수 있고, 개성도 드러났기 때문에 드로잉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심미안을 기르고 나서 자연스레 경제적 가치로 이어지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고 미술품 수집에 대한 견해를 털어놓았다. "미술시장은 호흡이 길고,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과는 다르다."는 것이 그의 지론. 경제적 이익만을 좇아 단기간에 사고파는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작품을 좋아해야 하고, 작품을 보면서 좋은 작품 선별법을 배우고, 세계적인 흐름도 공부해 '자기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김 씨는 소장품 작가의 정신세계까지 분석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힘에 부쳤다고 고백했다. 그런 것들을 내용으로 한 서적 출판 제의도 있었지만, 당분간은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고 한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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