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들이 지닌 탁월한 지적 능력은 또래 관계의 형성을 비롯하여 몇 가지 적응상의 어려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IQ 125∼155에 해당되는 학생은 또래 연령 집단과의 상호 작용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잘 적응하지만, IQ 160 이상이 되면 또래 집단과의 능력이나 관심거리를 공유하기에는 차이점이 너무 커지게 된다. 이러한 발달적 특성은 또래로부터 거부되거나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재들은 주로 자신과 같은 연령 집단보다 나이 많은 학생들과의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신체 연령보다 정신 연령에 따른 유사성에 기초하여 친구를 선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재학급은 같은 능력의 집단으로 구성되므로, 일반학급에서 얻지 못하는 지적 또래들과 함께 활동하고 신뢰를 형성하는 기회가 된다.
영재들의 적응상의 어려움은 지적 능력(정신 연령)과 신체 능력(생활 연령) 간의 불일치에서 야기되며, 이를 '동시성 장애'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글을 쓸 수 있기 전에 읽을 수 있는 학생은 이해적 언어 기능과 표현적 쓰기 기능 간의 동시성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특정 교과 영역에서는 영재성을 나타내지만 다른 과목에서는 그렇지 않거나 학습 결함을 나타내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다.
필자가 만났던 제인이라는 영재 어린이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를 지니고 있었고, 그러한 문제로 일주일에 한 번씩 대학 심리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전과목에 걸쳐 지적 성취는 우수하지만 제인의 글씨는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고 수업 주의집중에도 다소 문제가 있었다. 담임 교사의 세심한 관찰이 없었다면 그는 영재로 판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제인의 경우, 지적 발달은 같은 연령의 어린이보다 앞서 있지만, 학급 내에서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적응은 또래에 비하여 뒤처진 상태이다. 이처럼 반대 방향으로의 이중적인 비동시적 발달 성향을 보이는 영재 학생은 더욱 세심한 교육적 배려를 필요로 한다. 우리 나라의 영재 가운데도 9.4% 정도가 이러한 적응 장애 문제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에 대한 조기 진단과 지도가 새롭게 요구되고 있다.
영재는 지적으로 특별히 총명해야 한다는 생각, 매우 창의적이고 독특해야 한다는 기대감, 그리고 동료들로부터 존경받고자 하는 관심으로부터 생기는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다. 학생이 매우 높은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을 경우, 이러한 적응상의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높은 지능의 영재들의 20∼25%가 심각한 심리적 부적응을 나타내는데 이는 일반 학생의 두 배에 가까운 비율이라고 한다.
이러한 까닭에 영재에게 자신의 관심 영역에서 활동할 기회를 주거나, 도전적인 과제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하거나, 재능을 표출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영재 학생들 중에는 자신의 성취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영재들이 나타내는 낮은 성취의 문제는 학부모와 교사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한 원인은 개인적으로는 낮은 자아 존중감, 실패나 성공에 대한 두려움, 부족한 자기 조절력에서 생기며, 학교에서 교사의 낮은 기대감, 수준에 맞지 않는 학습방법이나 교육내용, 경직된 평가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또한 가정에서의 갈등, 일관성 없는 양육 방식, 권위적이고 회의적인 부모의 태도에서 야기될 수도 있다. 자신에게 적합한 학습 방법을 터득하게 하고, 지적 성취에 대한 외부적 압력을 감소시키고, 자기 스스로 학습 진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러한 문제를 줄여줄 수 있다.
영재의 지적, 정서적인 특성이 부적절한 교육 환경과 결합하면, 오히려 적응에 어려움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영재의 높은 과제 집착력과 열성은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처리하려 하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지쳐버릴 수 있다. 빠른 정보 획득 능력은 다른 사람의 느림을 참기 어렵게 만들고, 일상적인 과제, 반복 훈련, 기초 기능 익히기를 회피하게 만들 수도 있다. 폭넓고 빠른 정보 획득 능력은 또래나 어른들로부터 만물박사로 보이거나, 건방지게 여겨지고, 회피 대상이 되기 쉽다. 또한 방해를 싫어하여 자신의 관심사항에 몰입하여 다른 의무나 사람을 소홀히 대하거나 완고하게 행동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영재가 나타내는 적응상의 어려움 자체를 영재의 특성으로 생각해서도 안 되며, 당연시 되어서도 안 된다. 영재가 갖게 될 수 있는 적응상의 문제점을 바르게 이해하고, 이에 대한 교육적 서비스 환경이 가정과 교실에서 구비될 때, 영재의 긍정적 특성이 부각될 수 있다.
우동하(영주 봉현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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