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악 한자락)우리 음악에 대한 호기심

참으로 따뜻하고 설레는 계절이다. 때늦은 봄꽃들이 활짝 핀 모습을 보며 어디론가 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언젠가 선배 교사가 "자네! 첫 아이가 학교 입학할 때 느낌이 어떤지 아는가? 아이가 입학을 하고 나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새롭게 보일 걸." 하던 말씀이 생각난다.

올해 집의 꼬마 녀석이 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학교에 맡겨둔 부모님들 마음이 느껴져 어느 해 봄보다도 새로운 설렘을 준다. 아마 부모님과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1학년이 된 집의 꼬마 녀석이 지난주에 달성 공원을 다녀왔다. 아이가 그려온 사자를 보며 2002년도 가을 현장학습 모습을 떠올려 본다.

그해 아침에도 여느 현장학습의 모습과 같이 운동장에 모여 교장 선생님께 "잘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인사를 하고 학반 전체가 타고 갈 버스에 올랐다. 칠곡 IC를 지난 버스가 한참을 달린 후 학반의 한 학생이 "선생님 노래 틀어 주세요." 하며 내게 버스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물론 기사님께 음악을 틀어 달라고 하였는데 기사님께서 학생들이 들을 만한 음악이 없다 하시면서 학생들이 가져온 음악이 있으면 틀어 주신다고 하였다. 결국 우리 반 아이들이 가져 온 음악을 찾게 되었고 한 친구로부터 어렵게 음악을 구할 수 있었다. 그 당시 mp3를 가진 학생들도 별로 없었고 더욱이 현장 학습 시 휴대용 플레이어를 가지고 와서는 안 된다는 게 당연하였기 때문에 쉽게 음반을 구할 수 없었다. 이렇게 어렵게 구한 음악에는 학생이 직접 컴퓨터를 통해 녹음한 '축제, 신뱃놀이, 산도깨비, 그리고 몇몇 국악곡, 물론 대중가요도 몇곡' 이 있었다. 가을 정기 연주회를 대비해서 국악반에서 연습하던 곡들이었다. 음악을 버스 기사님께 부탁하여 듣게 되었고 우리는 가사 없는 음악을 구음으로 따라 부르며 현장학습을 다녀왔다.(베토벤의 '운명'을 따라 불러보면 가사가 없기 때문에 리듬과 음정을 대략 구음으로 흥얼거리듯) 그 당시 학반의 20명이 넘는 아이들이 국악반이어서인지 흥얼거림이 노래를 하는 듯하였다. 이런 모습이 신기하셨는지 기사님께서 "국악 하는 아이들만 따로 현장 학습 가나요. 예쁘네요." 하시며 기특하다 하셨다. 대답으로 "다음부터는 국악 음반도 차에 가지고 다니세요."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3월 지면을 통해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음악 교육의 출발은 호기심인 것 같다. 우리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야 스스로 녹음도 하고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들어야 생활 자체로 하나의 우리 음악 문화가 된다. 이러한 호기심을 주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선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 현장의 학습 내용으로 존재하는 우리 음악에 대한 호기심은 수업시간에 잠깐 머물다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와선 사라진다.

현장학습을 가며 듣겠다고 우리 음악을 녹음하던 아이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우리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주는 환경이 얼마나 존재하는가? 다음엔 1학년 꼬마 아이들만 10년 넘게 맡아 사랑을 나누신 고마운 최명애 선생님을 위해, 아이들의 우리 음악적 호기심을 위해 우리 음악을 준비해야겠다.

김신표(대구동평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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