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산을 옮기고 바닷물을 퍼내고

얘야, 올해에도 벌써 몇 차례나 황사가 우리를 괴롭히는구나. 황사는 중국 북쪽 사막 지방에서 시작된 흙바람으로서 중금속과 같은 해로운 물질이 들어있어서 문제이지. 황사를 막으려면 그 사막을 다시 푸르게 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단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조직된 '한·중 미래 숲'이라는 단체에서는 2002년부터 우리나라 청소년들과 함께 중국으로 가서 나무를 심고 있대.

이것을 본 중국 사람들 중에 일부는 도와주기는커녕 도저히 이루지 못할 일을 시작하고 있다고 빈정대고 있다는 거야.

그러고 보니 문득 대대손손 산을 옮겼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 이야기가 떠오르는구나. '우공이산'은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중국의 고전 '열자(列子)'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란다.

우공(愚公)이란 사람은 나이가 이미 90에 가까운 노인인데도 자기 마을 둘레의 큰산을 옮기기로 하였대. 그 산 때문에 다니기에 불편하다고 여긴 때문이지. 우공은 흙을 파서 바닷가에 갖다버렸는데 거리가 멀어서 한 번 갔다 오는 데 1년이나 걸렸어. 이것을 본 마을 사람들이 안 되는 일이라고 말렸지.

그러나 우공은 태연히 말하는 것이었어.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소. 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낳아 자자손손 한없이 대를 잇겠지만 산은 더 불어나는 일이 없을 테니 부지런히 옮기면 언젠가는 평평하게 될 날이 올 거요."

이 말에 마을 사람들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어.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산신령이 은근히 겁을 먹었어. 왜냐하면 정말로 이 산을 옮기게 되면 자신이 살아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었지. 그래서 산신령은 옥황상제를 찾아가서 하소연하였대.

"옥황상제님 도와주십시오. 저 우공이라는 사람이 정말로 산을 허물면 저는 갈 곳이 없어집니다."

"허, 그것 참 대단한 노인이로고."

이에 옥황상제는 우공의 정성에 감동하여 힘이 센 장수를 시켜서 산을 통째로 들어서 멀리 옮기게 하였지.

그래서 마침내 우공의 소원은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것이야.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서양에도 전해오고 있단다. 톨스토이 단편집에 보면 바닷물을 퍼내어서 진주를 찾아내는 이야기가 나온단다.

한 노파가 배를 타고 가다가 그만 진주 한 알을 바다에 빠뜨렸다는 거야. 이 노파는 그 진주가 매우 아까웠지.

"안 돼,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진주를 찾아내고야 말 테야."

이렇게 다짐한 노파는 육지에 오르자마자 바닷물을 퍼내기 시작했지.

이 모습을 본 바다요정들은 깜짝 놀라 용왕님께로 달려가 하소연했어.

"무엇이 너희들의 집이 없어지게 되었다고. 알았다. 내가 진주를 찾아내어 노파의 바가지에 슬쩍 넣어주마."

이리하여 노파는 진주를 되찾게 되었단다.

이 두 이야기는 어떤 일이든지 지극한 정성으로 부지런히 하면 다 이루어낼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구나.

어때, 너도 계획한 일이 있다면 끝까지 해야 하겠지.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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