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이 타결되었다. 한국의 경제 재도약과 미래지향적 한·미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중요한 협정이 타결된 셈이다. 14개월 동안 진행된 FTA 협상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사안들이 논의되고 합의되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Committee On Outward Processing Zones On The Korean Peninsula)'의 설치와 그 부속서의 채택이다. 한·미 양국은 FTA 협정문 발효 이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하여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노동·환경기준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역외가공 지역의 생산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여 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합의하였다.
비록 조건부 합의이지만, 남북경협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 역외가공지역의 제품으로서 특혜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번 FTA 협정문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한·미 간에 역외가공지역을 선정할 경우 대표적인 지역이 개성공단임은 자명하다. 개성공단은 22개의 중소기업이 실제로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남북의 일꾼들만 해도 1만 3천여 명에 이른다.
2004년 12월 첫 제품이 생산된 이후 총 생산액도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한국-싱가포르(2005.11), 한국-유럽자유무역연합(2005.7), 한국-아세안(2006.7) 간 체결된 FTA에서 개성공단 생산제품을 한국산과 동등하게 관세혜택을 부여하도록 양해되어 있다.
향후 개성공단 제품이 세계 최대의 시장 규모를 갖고 있는 미국에까지 수출 길을 개척하고, 특혜관세까지 부여받을 수 있다면 공단의 확대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북한 내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건설되고 경제특구로서 국제적 협력을 얻는다면 남북경협 확대는 물론이고 북한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로의 편입과 '민족경제공동체' 형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개성공단은 2000년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 이후 시범적 모델로 시작된 사업이다. 7년여 동안 한반도 내외정세의 변화 속에서도 나름대로 남북경협을 주도해 왔다. 이제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미래지향형 공단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그 출발점에 서 있다.
조만간 1단계 잔여부지가 분양될 것이다.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개성공단지원법'이 4월 임시국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내부의 제도적인 틀과 남북 간의 협력체계가 튼튼히 구축된 상태에서 한·미 역외가공지역위원회가 설치되고 부속합의서의 조치들이 하나 하나 이행된다면, 개성공단과 남북경협의 투자를 망설이던 우리 기업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북한은 체제생존을 위해 안보 확보와 경제난 극복이 최우선 과제이다. 최우선 과제를 해결할 핵심적 요소가 북·미관계 정상화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연동시키면서 양국 간의 관계개선에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역외가공지역' 인정 합의는 미국의 대북 인식변화의 척도로 삼기에 충분하다. 공은 북한에게 넘어간 듯하다.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북한은 더 이상 失期(실기)를 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활용의 기회를 삼아야 한다.
개성공단의 역외가공지역 지정에 부합하는 제반 조건들을 충족시킬 착실한 준비가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만이 안전 확보뿐만 아니라 경제난 극복의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이번 한·미 FTA 타결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경제의 제2도약 또는 제2의 추락이라는 대조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체결된 FTA 중에서 가장 광범위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고, 세계 최대시장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함께하는 대목이다.
사회적 공감대와 국민적 통합하에서 이를 잘 활용한다면 반드시 제2의 도약으로 나아갈 것이다.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할 북한에게도 폐쇄냐 개방이냐의 중요한 전환점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통해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의 판로를 더욱 확대해서 북한지역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양무진(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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