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아이들에게 경주로 수학여행 가자고 하면 다들 싫어합니다. 볼거리가 뻔하고, 특별히 놀 데도 없는데 뭐하러 가냐고 하지요. 올해도 1학년은 강원도 평창, 2학년은 제주도로 갑니다." (서울 동북고 교사)
"경주 가자고 하면 불참 의사가 높아져요. 그동안 설악산으로 갔는데 지난해부터는 제주도에 가고 있지요." (서울 혜화여고 교사)
수도권 학생들에게 비친 요즘 경주의 위상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과 불국사 등 국보와 보물이 즐비해 수십 년간 최고의 수학여행지로 꼽혔던 경주가 찬밥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인천에는 전국에서 64개 학교, 8천400여 명의 고교생이 수학여행을 다녀갔다. 2005년 30개 학교가 찾은 것에 비하면 1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다른 지자체는?
"경주만큼 훌륭한 문화관광자산과 숙박시설 등 관광 인프라가 구축된 곳이 어디 또 있나요? 우리가 가장 부러워하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경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계속 감소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됩니다."
인천시의 조동암 관광진흥과장의 말이다. 그는 "인천은 3년 전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견학 및 현장 학습지로 만들기 위해 체험과 학습을 연계한 관광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강화지역의 전통·농어촌문화, 문화유적지는 물론 송도 국제도시 내 인천경제자유구역 홍보관, 가스과학관, 교육과학관 등에서 과거와 미래를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어 큰 인기라는 것. 또 2004년부터 전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매년 두 차례씩 팸투어를 하는 등 수학여행지 홍보에 나서 이곳을 찾는 고교 수학여행단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경주와 더불어 수학여행의 단골코스였던 설악산도 최근 제주에 밀려 학생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자 강원도는 눈과 스키를 접목한 관광상품으로 학생들의 발길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강원도 한 관계자는 "국내 학교는 물론 일본, 중국 수학여행단을 잡기 위해 지난해 겨울부터 팸투어를 실시하고 있다."며 "올 초에 일본과 중국에서 모두 4개 학교, 600여 명의 학생이 강원도를 다녀갔다."고 했다.
◆이렇게 하자
경주의 '쇠락'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부족을 이유로 꼽는 소리가 많다.
신라문화원 진병길 원장은 "경주가 물려받은 찬란한 문화유산 덕에 그동안은 가만 있어도 관광객이 알아서 찾아왔기 때문에 태만해졌던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 유스호스텔 대표는 "얼마 전부터 인근 숙박업체 업주들과 함께 수도권 지역 학교에 찾아가 홍보를 하고 숙박 서비스도 높이는 등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만 열을 올리면 뭐하나? 경주시는 변할 생각을 안 한다."고 열을 올렸다.
가지고 있는 문화관광자산의 매력을 잘 포장하지 못하고 단지 '찾아오는 손님'만을 수동적으로 맞던 경주관광이 관광객의 변화된 요구와 수요에 직면하면서 그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
이에 따라 체험형 프로그램 개발과 적극적인 홍보가 대책으로 제시됐다.
하나투어 국내여행 담당업체인 하나강산의 박정기 대표는 "요즘 수학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제주에는 단순히 먹고 노는 것밖에 없지만 경주는 유적지가 많아 학생들 교육 및 현장학습의 장으로 유리한 측면이 많다."며 "이를 잘 활용해 체험코스, 학습코스, 견학코스 등의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적극 홍보한다면 학생들의 발길을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라문화원 진 원장은 "한 번 왔던 사람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관광정책이 필요하다."며 "시민 친절도 제고, 다양한 먹을거리 및 볼거리 개발, 그리고 경주의 추억거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이의로 장학관은 "얼마 전 인천이 대구시내 교사들을 영종도로 초빙해 무료견학을 마련하는 등 전국이 수학여행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최근 학교와 학부모가 수학여행지 선정기준으로 교육적인 측면을 많이 고려하고 있는 만큼 교육과 체험이 함께 어우러진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경주의 옛 영화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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