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신 흥아론(新 興亞論)

반고의 '한서'에 東漢(동한) 문제 때 조착이라는 사람이 '흉노는 흉노와 비슷한 유목민들을 이용해야 이길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소위 以夷制夷(이이제이) 전략이다. 먹고 먹히는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난 시대라 이런 전략은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인다. 이는 현대의 외교전에서도 유효하다. 그러나 이 이간계가 오늘날 국가 간 선린'평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올해 유럽연합(EU) 출범 50주년을 계기로 동북아 통합시장에 대한 논의가 국내서도 조금씩 일고 있는 모양이다. 각계 전문가들과 교수 등이 참여한 '비전2030 민간작업단'이 기초분석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한'중'일 간 자유무역협정(FTA)과 관세동맹으로 동북아 통합시장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동북아에서의 경제협력은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군사'안보적 긴장 해소 효과도 있다는 견해도 냈다.

경제규모에서 전세계 25%의 비중을 차지하는 동북아의 경제통합은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인지도 모른다. 통상이 얽히면 정치가 얽힌다고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동북아 경제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유럽 역사상 가장 긴 평화 시기라는 지난 50년과 달리 동북아 3국은 과거 침략의 역사가 낳은 증오와 멸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국 중심의 역사관과 사그라지지 않는 패권주의로 인한 불신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4월 중국 하이난섬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의 룽융투 비서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아시아가 EU와 같은 수준의 경제통합을 이루려면 최소한 50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룽의 말대로 역사와 문화, 가치, 경제발전 수준의 차이가 경제통합을 어렵게 하는 원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뿌리깊은 이이제이나 원교근공, 借刀殺人(차도살인) 등 상대를 죽이는 殺手(살수)가 사라지지 않는한 '신 興亞論(흥아론)'이나 시장통합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중국인, 일본인들이 나관중의 '삼국지'나 시바 료타로의 '언덕 위의 구름',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의 '세이론(正論)'에 빠져드는한 2천 년이 넘는 동북아의 깊은 불화가 짧은 시간내 눈녹듯 없어지기는 힘들지 않을까.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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