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70년대 베이비붐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이 거의 완료되고 있는 때에 근년에 이르러 심화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노동시장의 공급 측면에 이중적인 장애요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그간 우수하고 풍부한 인적자원이 경제성장의 핵심적인 동력으로서 역할을 하여 왔는데 이제는 산업현장의 곳곳에서 외국 인력이 우리 근로자의 빈 곳을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의 심화는 우리사회에서 아직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여성인력의 활용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1980년 말 42.8%에서 2006년 말 50.2%로 그간 상당한 진전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는 현 시점에서 OECD 국가의 평균 여성참여율 60.1%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졸 여성의 참여율을 비교하면 2004년도의 경우 우리나라는 59.1%인데 비하여 OECD 국가들은 82%로 그 차이는 더욱 심해진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남성의 2006년도 참여율 74%와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임금이나 관리직 비율 등 고용의 질 측면을 고려하면 남성과의 차이는 더욱 현저해진다.
이제 우리나라도 자녀들을 교육시키는데 있어서는 아들, 딸의 구별이 없다. 고등교육과정에서 여학생들의 성과는 남학생들에게 결코 뒤지지 아니하며 성적도 우수하다. 교직원 등 공직시험이나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곳에서는 여성의 진출이 단연 돋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부문의 여성 진출 비율에서는 사정이 전혀 달라진다. 이는 여성의 일반적인 고용여건이 여전히 열악한 형편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여성이 교육을 적게 받아서 사회진출도 적고 또 사회적 지위가 낮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교육을 충분히 받고 있는데도 남성과 비교하여 사회적 격차가 지속되는 것은 아직도 우리사회에 유리벽(glass wall)과 같은 보이지 않는 차별적 관행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시행된 한 연구에 의하면, 인력구성에 있어서 여성을 많이 고용한 기업일수록 이윤을 많이 낸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여러 가지 통제변인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여성이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과 창의성이 뛰어나며 기업의 이미지 쇄신과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상태에 있는 한 경영전략을 뒷받침하는 인적자원이 생산성이 아닌 다른 차별적 요소에 의하여 선별되는 경우 그 기업의 미래가 밝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간 정부에서는 여성의 고용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시책을 시행하여 왔다. 여성근로자가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출산이나 육아휴직 비용을 사회화하였다. 2006년도부터는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의 고용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 하에서는 기업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고용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행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고용을 증진하고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에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사회 전반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남성중심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과 함께 기업의 채용이나 승진 등 인사 관행이 대폭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여성의 고용을 증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여성만을 위하는 조치가 아니다. 이미 선진 경제권에 진입한 우리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그리고 우리사회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는 여성의 자아실현과 양성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라고 할 것이다.
정철균 대구지방노동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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