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체질이며, 어떤 음식을 조심해야 하나?" 한방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이다. 체질의학이 세상에 나오기 이전에는 모든 사람들은 같은 생리와 병리, 기전을 가졌다고 봤다. 하지만 조선 한의학자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이 나오면서 체질을 구분했고, 체질에 따라 질병 및 특징을 분류했다. 요즘에는 일반인들도 건강을 위해서는 체질별로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상체질이란?
한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은 알레르기 체질, 산성체질, 허약체질, 건강체질 등에서 표현되는 '체질'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타고날 때부터 장부의 균형에 의해 4가지 체질 중 한 가지를 갖게 되고, 이 체질은 평생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의학의 사상체질이다. 또 이 체질에 따라 사람의 병이나 치료뿐만 아니라 성격, 사회성, 재능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방에서 체질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먼저 한의사의 입장에서는 치료의 편리성 때문이다. 환자의 다양하고 복잡한 증상들을 체질이란 4개의 카테고리 속에 놓고 치료를 하면 근본적이면서도 편리한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체질이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의 섭생 때문이다.
■체질 어떻게 감별하나?
일반인들도 '서로 비슷한 체질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병에 걸리는 경향도 비슷하다는 점과, 매번 먹을 때 탈나는 음식이 같다.'라는 점 때문에 체질의 존재에 대해서는 수긍을 하는 편이다. 문제는 체질을 어떻게 감별하느냐는 것. 외모나 성격 등을 고려해 체질을 감별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들이 많다. 재미로 읽다보면 이 체질의 성격이 나에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저 체질의 성격이 맞는 것 같기도 해 혼란스럽다. 이런 점 때문에 한의학계는 체질감별을 위한 객관성 있는 자료를 얻기 위해 설문을 작성해 통계를 모으기도 하고 진단기기를 응용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일반인이 이를 이용해 쉽고 정확하게 감별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현재까지 방법 중 체질 감별에 있어 가장 정확한 방법은 치료 뒤의 반응이다. 체질에 해당되는 침을 맞고 난 뒤, 체질에 맞는 한약을 복용하고 난 뒤의 반응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감별법이다.
■체질 섭식, 바람직한가?
체질별 음식에 관해서는 체질을 주창한 이제마 선생의 '수세보원'을 살펴보면 소음인은 노루 간, 소금, 뱀, 마늘, 꿀, 소양인에게는 참기름과 복어 알이 몸에 좋다고 돼 있다. 이 밖에 음식에 관한 것은 없다. 태음인과 태양인편에는 음식에 관한 것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체질별 음식은 이제마 선생 이후 사상의학자들이 음식을 분류하고, 체질에 맞는 음식이 따로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음식에 관한 결론은 병이 들었다면 상황에 맞는 특정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이 당연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물론 사람에 따라 음식 중에 특별한 반응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유를 먹으면 설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몸 안에 우유를 분해하는 '락타제'가 적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체질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또 어떤 체질이든 복숭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는 체질과 상관없이 어떤 병에 걸렸느냐에 따라 음식을 가려야 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소화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면 어떤 체질이든 불문하고 맵고 짠 음식은 피하고 과식을 금해야 한다. 위장병에도 불구하고 몸이 찬 소음인이라고 해서 몸에 열을 만들어주는 고추나 양념류를 함부로 먹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김승모 대구한의대 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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