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농구의 돌풍이 4강에서 멈췄다.
대구 오리온스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특유의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로 서울 삼성의 높이를 넘었지만 4강 길목에서 정규 시즌 1위 울산 모비스의 단단한 수비벽에 막혀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수비농구가 대세를 이룬 가운데 흥미진진한 공격농구로 챔피언 자리를 노렸지만 끝내 정상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올 시즌 오리온스의 최대 장점이자 약점은 역대 최다 평균득점(35.12점)을 올린 득점왕 피트 마이클의 존재였다. 내·외곽을 오가며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한 마이클은 고비 때마다 상대 림을 흔들며 오리온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대구 마이클스'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정도로 공격이 마이클에게 지나치게 쏠려 공격 루트가 단순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공격을 조율하는 야전사령관 김승현이 부상에 발목이 잡혀 플레이오프에서 기대만큼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자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4강전에서 만난 모비스는 마이클에게 점수를 내주는 대신 국내 선수들을 묶는 방법으로 오리온스를 상대했고 삼성과의 경기에서 체력을 소진한 오리온스는 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좌초하고 말았다. 농구는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깨닫게 해준 결과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오리온스가 공격적인 기존의 팀 컬러를 계속 유지한 채 좋은 성적을 기대하려면 취약 포지션인 슈팅 가드, 스몰 포워드 자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외국인 선수가 포지션에 관계없이 코트를 휘저어줄 때 제2, 3의 공격 옵션이 되어줘야 하는 자리다. 2007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이 포지션을 보강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오리온스는 1라운드에서 많은 화제를 뿌린 이동준(201cm)을 선택했다.
미국에서 자란 이동준은 힘과 스피드를 갖춰 파워 포워드와 스몰 포워드 자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농구 차세대 기대주. 오리온스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높이는 이동준이 어느 정도 해결해주겠지만 빠르고 정확한 슈터가 필요한 상태에서 모험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시즌 초 리 벤슨의 이탈과 대체 선수로 들어온 제러드 호먼, 폴 밀러의 부진에다 김승현의 부상까지 겹치며 어렵게 시즌을 시작했던 오리온스. 막판 상승세를 타며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오리온스는 다음 시즌 특유의 팀 컬러를 유지하며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창을 준비해야 하고 창끝도 좀 더 날카롭게 다듬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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