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등 5당과 통합신당모임 원내대표들이 11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개헌 발의 유보를 요청하고 청와대가 즉각 조건부수용으로 화답한 것은 소모적 개헌논쟁을 막아야 한다는 데 청와대와 국회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치권이 퇴로를 열어줬고 노 대통령이 일단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6개 정당·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개헌 발의 유보요청은 보기에 따라 통치권자에 대한 입법부의 집단반발 성격이 있다. 노 대통령이 오는 17일 국무회의를 열어 개헌 발의를 하겠다고 공식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백기를 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내심 웃음=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내심 웃었다. 노 대통령이 지난 1월 9일 개헌제안 후 정치권은 3개월이 지나도록 묵묵부답하다 처음으로 유효한 반응을 내놓아서다. 문재인 비서실장이 "이것으로 대화의 문이 열렸다."고 반긴 것이 이런 맥락이다. 사실 17일 개헌 발의는 청와대로서도 부담이었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국회 통과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오기를 부린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미 FTA협상타결로 올라가고 있는 노 대통령 지지도의 상승곡선이 뒤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게다가 노 대통령에게는 향후 각 정당과 개헌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국정의 중심에 서게 된다는 매력도 있다. 노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개헌보다 개헌을 놓고 정치권과 토론하는 것이었고, 토론은 이미 시작됐다. 노 대통령이 얻을 것은 이미 다 얻은 셈.
◆각 정당 당론화 난항 예상=청와대가 내건 각 정당의 다음 정부, 다음 국회 개헌 추진 당론화를 정당들이 충족하기는 쉽잖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등 일각에서는 원내대표단의 합의에 대해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며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에게 결국 말려든 셈이 되나 한나라당도 웃는 분위기다. 급박한 개헌 정국을 막았고 사학법과 국민연금법 국회통과를 위한 포괄적 합의를 이끌어내 만족하는 듯하다.
◆차기 국회의원 임기 1년 연장도 가능=18대 국회 초반에 개헌논의를 시작하면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통령·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보다 더 많은 조항을 손댈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초점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방식.
노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 임기 1년 단축을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또 다른 방안으로 18대 국회의원 임기를 1년 연장해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 방안도 있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개헌내용과 일정에 대해 합의 못해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하는 상황이 벌어질 개연성도 여전히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퇴로를 열어준 것을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인 청와대가 발의 강행이란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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