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盧대통령 '개헌 고집' 더 이상 명분 없다

어제 6개 정당 및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개헌 발의 유보를 요청했다. 뜻밖에 노 대통령 임기 중 개헌에 유일한 友軍(우군)인 열린우리당까지 태도를 바꿨다. 이 이상 개헌 카드를 거둬들일 명분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국민 다수도 개헌은 좋지만 그 시기는 다음 정권으로 넘기라고 시종 반대해온 터 아닌가. 그럼에도 청와대가 선뜻 받지 않고 각 당에 대해 '조건부 수용'이라는 토를 달고 나선 것은 事理(사리)에 맞지 않다.

열린우리당의 태도 변경은 정치권 전체가 사실상 '개헌 불가'에 합의한 거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개헌 추진의 발판을 어디서고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런 마당에 각 당에 대해 "차기 정부, 차기 국회서의 개헌을 당론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구지레한 체면치레 소리다. 설사 지금 각 당이 그런 약속을 한들 당도 사람도 달라질 '차기'에서 얼마나 지켜질 수 있겠는가. 이 시점에서는 깨끗하게 개헌 철회를 선언하는 게 돋보이는 리더십이다.

이 정도까지 왔으면 대통령은 개헌에 대한 의지를 충분히 과시한 셈이다. 게다가 임기 마지막 해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을 막는 부수적 재미까지 봤다고 본다. 그런데도 미적거리며 소모적 개헌논쟁을 계속 이어 가는 것은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국가 에너지를 허비할 뿐이다. 연초부터 개헌 카드를 들고 나온 이후 국정이 어디로 흘러갔는가. 40여 국가기관이 340만 명에게 개헌홍보메일을 보내고 국정홍보처는 개헌홍보물 85만 부를 뿌려대는 데 정신을 팔았다.

대통령은 개헌보다 혼란스런 한'미FTA의 공감대 형성에 힘을 쏟았어야 했다. FTA협상은 밀어붙이면서 설득이 절실한 국민에게 치중한 홍보는 엉뚱하게 개헌이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개헌 고집을 접고 FTA에 집중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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