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전의 일이다. '해외토픽'란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중국 한 도시에서 20대 청년이 또래 친구를 흉기로 찔러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내용만 보면 평범한 살인사건이지만 동기는 단연 토픽감이었다. 이유는 청바지 한 벌. 자본주의의 상징이지 공산권 젊은이들의 로망이었던유명 미국 브랜드 청바지 한벌이 갖고 싶어 친구를 살해한 것이다.
거리를 다니며 가만히 살펴보면 20대 남녀 10명 중 절반 이상이 청바지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브랜드조차 알 수 없는 1만 원짜리부터 정장 한 벌 값을 호가하는 유명 제품까지. 게다가 이제는 청바지를 졸업한 지 어언 10년이 넘은 중년들까지 청바지에 재도전하고 있다. 섹시하게 입어야 제맛이라는 청바지. 하지만 청바지에 맞는 몸매가 아니라 몸매에 맞는 청바지가 등장하면서 너도나도 청바지를 입는다. 오늘도 나는 청바지를 입고 거리를 나선다.
포근한 햇살의 기운이 감돌면서 드디어 옷에도 봄날이 왔다. 다시 진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진은 그 차가운 속성 때문에 아무래도 추운 겨울철에는 조금 꺼려지는 소재. 하지만 봄 기운이 완연해지고 몸도 마음도 생동하기 시작하면 진만큼 편안하고 자유로운 복장을 찾기도 드물다.
이런 진에도 유행이 있다. 다 같은 데님 소재에 청색 일색이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유행에 따라 몸에 달라붙는 정도와 라인, 색상, 장식 등이 천차만별이다. 올 봄 유행할 청바지는 과연 어떤 스타일일까?
#스키니 진의 진화
지난해에는 민망할 정도로 몸에 착 달라붙는 스키니 진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 스키니진은 동양인 체형으로는 웬만해서는 소화하기 어려워 부츠나 코트로 결점을 감춰가며 입어야 하는 남모를 고통(?)이 수반됐다. 그래서 올 유행에는 기존의 스키니 진에 동양인들의 체형을 감안해 약간 변형을 가한 스타일이 유행할 전망. 좁아질 만큼 좁아진 청바지가 정점을 지나 다시 넓어지는 순환을 맞은 것이다.
그 중 최고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바로 배스키 진이다. 엉덩이와 허벅지는 자연스럽게 여유가 있는 '배기(baggy) 핏'이고, 다리라인은 날씬하고 곧게 뻗은 '스키니(skinny) 핏'을 합성한 형태. 얼핏 그 형태가 1980년대 후반 유행했던 승마바지를 연상시키지만, 그것보다는 허벅지 라인의 과장된 느낌을 정리해 라인을 살렸다. 아무래도 엉덩이와 허벅지 라인에 자신 없어하는 한국 여성들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도전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절개선을 넣어 다리가 가늘고 길어보이는 새 디자인도 등장했다. 앞 중심에서 밑단까지 절개선을 둬 자칫 꽉 끼어 불편해보일수 있는 다리선을 조금 더 날씬하고 길게보이는 착시효과를 노렸다.
#좀 더 날씬하게
색상은 지난해보다 좀 더 짙어졌다. 스키니 진의 핏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좀 더 어두운 색의 색상을 입혀 한결 날씬해 보이도록 한 것. 그렇다고 지난해 유행했던 블랙은 아니다. 짙은 그레이나 파란 색상이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다크 스키니진은 색상 가공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것이 특징. 세탁빈도와 방법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전혀 다른 느낌을 살릴 수 있어 이미 유럽이나 일본에서 인기있는 아이템이다.
허벅지와 엉덩이로 집중되는 시선을 분산시켜주기 위한 각종 장식도 화려해질 전망. 지퍼와 자수 등 세부장식을 통해 시선을 분산시켜 체형의 결점을 보완하도록 한 것이다.
대백프라자점 영타운 박대근 계장은 "예전보다 통이 넓지 않으면서도 컬러가 진해 진 청바지가 새로운 유행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리는 청바지는 봄 느낌이 나는 화사한 컬러의 옷과 코디하거나 캐주얼한 점퍼나 모자와 함께 입으면 발랄함을 더해준다."고 밝혔다.
■청바지 관리법
-청바지도 다림질한다!
오래입어 무릎이 툭 튀어나온 청바지는 아무래도 볼썽사납다. 이럴때는 청바지를 살짝 다림질 해 주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튀어나온 무릎을 원상복구 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오래입어도 변형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신사복 다림질 하듯 바지 선을 잡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봉제선이 양쪽 옆으로 가도록 마주잡고 다리면 된다.
- 청바지 물을 예쁘게 빼려면 방법
새 청바지의 너무 짙은 빛깔이 싫다면 소금과 물을 1대 10의 비율로 섞은 다음, 그 물에 청바지를 넣고 약 20~30분 정도 삶아 세탁하면 물이 곱게 빠진다. 이 때 만일 색이 지나치게 빠져버렸다면 새로산 청바지와 따뜻한 물로 세탁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새 청바지에서 빠져나온 푸른 물이 빛 바랜 청바지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적당한 색이 되살아난다.
- 세탁은 주의해서
청바지는 뒤집어서 세탁하는 것이 물빠짐과 변형을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색깔있는 옷과 청바지를 따로 분리해서 세탁하는 것은 기본. 건조시에도 색상을 유지하고 바지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거꾸로 매달아 그늘에서 말리는 것이 좋다. 특히 낡고 오래된 느낌의 빈티지 청바지는 미세한 주름과 탈색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세탁횟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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