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혈병 명과 암

영화 '러브 스토리' '라스트 콘서트', 드라마 '가을동화' '세상 끝까지' '안녕 내 사랑'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예쁘고 젊은 여주인공들이 모두 백혈병에 걸려 그 사랑이 슬픈 종말로 끝난다는 사실. 심지어 소설 '가시고기(조창인 작)'에 나오는 아들도 백혈병이다.

영화, 드라마, 소설처럼 허구적 세계에서 비련의 소재로 등장하는 질환 중 백혈병은 단연 수위이다. 엔딩도 대부분 죽음의 그림자를 피하지 못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백혈병에 걸리면 대개 치명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백혈병 치료에 대한 실질적인 인식 부족 때문이다.

◆왜 '비련'의 단골소재인가=혈액을 생산하는 골수에 생기는 종양(넓은 의미로 림프절에 생긴 종양 포함)을 의미하는 혈액암인 백혈병은 적혈구와 면역구 감소로 인한 빈혈과 계속적인 발열(감기증상과 유사), 혈소판 감소에 따라 멍과 비정상적인 코피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고 암세포가 장기에 침투, 뇌, 폐, 간, 신장 등 주요장기 기능이 마비되기도 한다.

또 환자는 피로감과 함께 체중감소, 쇠약감 등을 호소하고 심하면 고열, 오한, 호흡곤란, 작은 상처에도 대량 출혈 등이 나타나는데 이런 후유증 때문에 환자의 피폐한 모습이 픽션의 극적인 요소로 작용, 비련의 소재로 많이 채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드라마틱한 상황설정일 뿐 적절한 치료를 전제로 한다면 백혈병은 얼마든지 완치될 가능성이 높은 암 중 하나이다. 다만 백혈병은 일반적인 고형암 보다 치료비가 많이 들어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어째서 걸릴까=대표적인 혈액암은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림프종이 있다. 이 중 백혈병은 세포모양과 특성에 따라 급성 골수성 백혈병, 만성 골수성 백혈병,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등 4종류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일반적으로 방사선과 화학물질 등에 자주 노출될 때 그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성과=백혈병의 치료는 항암화학요법이 근간이고 이 후 남아 있는 혈액암 세포를 제거하거나 재발된 혈액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혈모세포 이식이 이용된다.

전체 소아암의 70%를 차지하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항암제만으로 70% 정도는 완치 가능하며 성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도 조혈모세포 이식 등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50%이상 완치 가능하다. 40~50대에 빈발하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항암제 글리벡의 출현으로 이제 5년 생존율이 90%를 넘어서고 있다.

다발성 골수종도 항암제치료와 더불어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평균 수명을 연장시키는 성과를 보이며 최근엔 골수종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약제인 '벨케이드'를 쓰면 치료결과가 상당히 호전된다.

악성 림프종은 항암화학요법으로 70~80%의 환자가 완전관해(첫 항암치료로 증상이 없어지면서 혈액 속 각종 성분의 수치가 정상을 보이는 현상)되고 이들 중 약 30~50%는 완치되기도 한다.

◆4전5기의 인간승리=김필례(여·59·가명)씨는 40대 후반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한 이후 잇단 재발에도 불구하고 조혈모 세포 미니이식을 통해 현재 7년째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김 씨는 첫 발병이후 9개월마다 4번에 걸쳐 병마가 덮쳐 더 이상 항암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공여자인 언니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김 씨의 사례처럼 백혈병은 결코 불치의 병은 아니다.

도움말·경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손상균 교수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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