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고속국도 북상주 나들목에서 내려 은척 성주봉자연휴양림 쪽으로 10여 분쯤 내달리다 만나게 되는 상주 외서면 봉강마을. 뒷산자락에 펼쳐진 4천500평 배 과수원 배꽃마을 대표 이대제(55)·조명숙(54) 씨 부부는 친환경을 고집하는 참농군이다.
배꽃마을은 친환경으로 배를 생산해내고 있다. 과수원에 들어서면 코끝에 풍기는 구수한 내음이 땅이 살아 숨쉼을 느끼게 해준다. 과수원 바닥에 뿌려놓은 건계분(말린 닭똥)은 겨우내 비와 나뭇잎 등 다른 부산물과 섞여 땅을 기름지게 한다. 봄이면 이 계분들이 발효될 수 있도록 효소를 덧뿌리고 한바탕 밭을 갈아 엎는다.
이 씨는 "처음 과수원 땅이 논바닥이어서 농약과 화학비료 등으로 흙이 척박하고 죽어 있었다."며 "수년 동안 밭 갈기와 미생물 발효 퇴비 살포하기, 땅 속에 심토파쇄기로 공기를 불어넣어 딱딱한 땅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등 땅심을 정상으로 만드는 데 노력했다."고 했다.
이런 노력으로 배꽃마을은 1998년쯤 상주지역 배농가들의 자생조직인 '황금배 수출단지'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과장 등 유통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수출용 배 선과작업을 위해서는 영천 등 타 지역 농협을 찾아야 했다. 게다가 인력과 정보력에도 뒤처져 우수한 품질의 배를 생산해내도 판로에 어려움이 뒤따랐다.
1999년부터 황금배수출단지 회장을 맡으면서 토양개량과 우수한 품질의 배 생산과 함께 판매를 위한 인력과 정보 지원 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이 씨를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됐던 '천봉배작목반'의 배 생산농가들이 외서농협을 찾아 판매를 맡아 줄 것을 부탁했다. 유통사업 경험이 없었던 농협으로선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판매시기와 판매처, 판매가격에 대해 믿고 맡기겠다."는 농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지금의 '3무(無) 수탁제', 일명 '묻지마 판매'의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황금배수출단지 농가 조직 관리도 농협에 맡겨 대만과 캐나다로 수출지역을 확대할 수 있었다. 2005년부터는 '대미 수출단지'로 성장했다. 이 단지에서 생산된 50t 정도의 배 70%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나머지는 배꽃마을 배의 맛과 품질을 인정하는 전국의 친환경농산물 전문 판매업체들이 가져간다. 해마다 7천만~8천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씨는 "앞으로 친환경과 유기농으로 생산된 안전한 먹을거리가 자리 잡을 것"이라며 "땅의 정직함과 소중함을 알고 땅을 잘 가꾼다면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며 앞으로 친환경 농업 파수꾼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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