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거친 입

할리우드 스타 멜 깁슨은 남성적인 호쾌한 외모에다 뛰어난 연기력까지 두루 갖춘 명실상부한 톱스타다. '브레이브 하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등을 통해 감독으로서의 역량도 검증받았다.

그런데 이런 깁슨에게 못된 버릇이 하나 있다. 걸핏하면 육두문자를 날리는 버릇이다. 음주운전으로 체포되자 경찰에게 욕설을 퍼붓고 여성 경찰관에겐 성적 수치심을 주는 언사를 퍼부었다가 사태가 커지자 엄청 큰 꽃다발을 보내 사과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한 토론회에서 자신의 연출작 '아포칼립토'를 비판하는 여성 패널에게 "입 좀 닥치지"라고 고함을 쳐 토론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했다.

'거친 입'이라면 우리 사회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하다. 인터넷상의'악플(악의적인 댓글)'이 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사회다. 연초에 자살한 가수 유니나 탤런트 정다빈도 누리꾼들의 악플에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한 아이돌 그룹 슈퍼 주니어의 동해는 베이징 공항에서 북새통을 이룬 중국팬들을 향해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가 호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일상적으로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특히 청소년들의 대화는 거의 욕에서 시작해 욕으로 끝난다. 이젠 여학생들에게까지 욕이 전염되고 있으니 큰일이다. 가히 욕설이 범람하는 사회다.

이런 가운데 더이상 욕설이나 악플을 참지만은 않겠다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지검만 해도 '모욕죄'로 기소된 사람이 2005년 38명에서 작년엔 48명으로 20% 가량 늘어났다. 특정 사실을 들어 남을 비방할 때 성립되는 명예훼손과 달리 욕설 등 타인의 인격을 무시하는 표현을 한 것만으로도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한다.

앞으로는 경찰관에게 욕설 등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할 경우 형사입건될 수도 있다.

타인의 인격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욕설은 범죄나 다름없다. 버릇처러 욕설을 내뱉는 대화방식이나 욕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따위의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시대가 됐다.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서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으므로. 눈이 마음의 창이라면, 입은 인격의 창 아닐까. 모름지기 거친 입을 조심해야 할 때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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