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 신드롬/김정희 지음/하늘연못 펴냄
'내 이름은 김삼순.'
애인도 원룸도 마이카도 없는, 노처녀에 예쁘지도 않고, 뚱뚱한 삼순이. 예쁘고 늘씬한 여성의 독무대인 TV에서 그녀의 현실감 넘치는 카리스마는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빔밥을 거나하게 비벼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노라면 절로 같이 속상한 이 시대의 여동생이고, 누나고, 딸이었다.
방송 1년이 훨씬 지났지만 삼순이의 힘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배우 김선아는 아직도 '삼순이'로 통하고, 드라마는 최고액으로 일본과 중국에 팔려 삼순이 열풍을 잇고 있다.
도대체 삼순이의 매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내 이름은 김삼순'을 사회적 현상으로서 이해하고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파헤친 '삼순이 신드롬'(하늘연못 펴냄)이 나왔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가장 큰 인기비결은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다. 우리나라 여성 열에 일곱은 자신이 뚱뚱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신데렐라를 꿈꾸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느 드라마에도 이들이 나오지 않는다. 깡마른 미모에 재력까지 갖춘 여인이 대부분이고, 그들은 또 신데렐라의 꿈을 이룬다. TV만 끄면 묘한 분노가 치미는 것도 이런 비현실성 때문이다.
"이 땅의 평균들에게 바치는 로맨스"라는 작가의 기획의도대로 삼순이의 고민은 대중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또 스토리텔링 전체를 통해 삼순이는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메시지가 시청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재미와 기대를 증폭시켜나갔다. 지은이는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인기비결이지만, 중심 플롯(줄거리 전개) 또한 뚜렷했다."고 했다.
삼순이와 진헌의 사랑이야기에 쉽게 몰입된 것은 친숙한 옛 이야기, 곧 신데렐라의 동화를 쉽게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아옹다옹하면서도 따뜻한 가족이다. 기획의도에서도 '시루떡처럼 모락모락 뜨거운 김이 나는 드라마'라고 적고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우리나라 드라마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마이걸' '미스터 굿바이' '돌아와요 순애씨' '달자의 봄' 등 '제2의 김삼순'이 양산됐다. 그러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지은이는 "캐릭터의 심층적인 탐구나 사고방식과 가치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이 소재만 답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순이 신드롬'은 드라마의 서사구조와 주제의식 등을 표와 공식으로 설명하고,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의 전범(典範)으로 비교분석했다.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드라마를 연구하는 하나의 텍스트로, 일반 독자에게는 TV 드라마 시청의 눈을 높일 수 있는 책이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지은이는 경북대에서 불문학 석사를 받았고 현재 건국대 한국외대 한신대에서 문화콘텐츠를 강의하고 있다. 186쪽. 1만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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