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출 올리는 일등공신 'POP 글씨' 배우기 바람

부업으로 수입짭짤…20,30대 여성들에 인기

길거리를 지나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광고를 종종 보게 된다. '봄맞이 50% 한정세일', '특가세일' 혹은 '봄 신상품 출시' 등의 예쁜 손글씨 광고다. 50% 세일이라는 문구보다도 예쁜 글씨체 때문에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진다. 컴퓨터로 디자인한 인쇄광고가 아니라 손으로 휘갈겨 쓴듯한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필체도 있고 앙증맞고 귀엽게 써서 정감있는 손글씨도 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같은 영화포스터나 책표지, 심지어는 소주병에서도 느낌이 살아있는 생생한 글씨체를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서예체를 활용한 캘리그라피(Calligraphy)광고와 POP(Point of Purchase)광고의 효과다.

붓글씨를 변형, 발전시킨 캘리그라피 광고가 보다 전문적인 영역에 속한다면 POP광고는 훨씬 더 보편적이다. 대구 도심의 동성로 통신골목에 즐비한 휴대전화대리점이나 대형마트의 요란한 광고간판은 대부분 예쁜 손글씨다. 분식점 메뉴판도 인쇄된 것보다 손글씨로 만든 것이 더 입맛당기게 한다.

POP광고는 제품판매현장에서 소비자의 시선을 끌어 구매로 연결짓는 직접광고의 하나다. 시즌별로 맞춘 컬러나 이미지로 통일성을 줄 수 있다는 등의 특성도 갖고 있다. 봄에는 따뜻한 노란색이, 여름에는 시원한 느낌의 파란색 글씨가 더 맞다는 얘기다.

예쁜 손글씨에 대한 호감이 늘어나면서 이런 손글씨를 쓰는 POP광고와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사람들도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다. 대구시내 디자인학원들은 물론이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문화센터에서도 관련강좌를 열고 있고 POP광고 디자이너들도 개인지도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서도 POP광고 교습에 대한 문의가 활발하다.

예쁜 손글씨는 누가 배울까. 요즘 POP광고를 배우는 대다수는 20대초반~30대중반의 여성이다. 부업이나 창업전선에 나서기 위해서다. 실력있는 POP광고 디자이너들은 월 1천만 원까지 벌기도 한다. 전업이 아니라 부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월 100만 원이라도 적은 수입이 아니다. 5, 6개월 정도 배우면 아르바이트로 주문생산할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POP광고를 배우는 수강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11일 늦은 오후, 대구 동성로에 있는 한 학원의 강의실에서는 30여 명의 수강생들이 '예쁜' 글씨체 연습을 하면서 강사의 지도를 받고 있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손으로 쓴 글씨라며 만만하게 여기는데 정말 그렇지 않아요." 이은주(35) 씨는 "부동산중개업도 해보고 여러가지를 해봤지만 글씨 쓰는 게 참 재미있다."면서 "여성들이 하기에 참 좋다.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벌써 두 아이의 엄마라는 강은미(26) 씨는 "대형유통회사의 안내데스크에 있다가 POP글씨를 쓰는 걸 보고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데다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아서 좋다."고 했다. 강 씨는 "집에서 하면 아이들 미술공부에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이들과 함께 색칠 공부하듯이 연습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란다.

미혼의 강복단(27) 씨는 '투잡'(two job)을 위해 배우는 중이다. 학원강사인 강 씨는 "글씨 쓰는 게 참 재미있는데 나중에 돈도 많이 벌고 싶어요."라며 "월 100만 원 정도면 좋겠어요."라고 기대했다.

4, 5개월 정도 배우면 한국POP디자인협회가 인정하는 POP디자인기능사와 POP산업기사, POP기사 자격증을 취득, 강의를 할 수도 있다. 직장인의 경우 시내 학원에서 POP과정을 수강할 경우 국비지원을 통해 수강료 환급이 되기 때문에 지원가능여부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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