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담해진 번호판 가리기…'걸려도 본전' 배짱

구청·경찰 단속 일손 달려 골머리

12일 오후 대구 중구 중앙네거리에서 시청앞네거리로 향하던 한 사업용 트럭 뒤쪽에 종이가방이 아슬아슬 걸려 있었다. 종이가방은 번호판을 가리는 역할을 해 차량 번호 식별이 불가능했다. 같은 날 대구 동구 신암동 파티마병원 앞 교차로 부근을 달리던 한 흰색 승용차 뒤쪽 번호판엔 종이 뭉치를 고정하는 데 사용되는 클립 2개가 꽂혀 있었다. 이는 불법 주·정차 시 종이를 끼어놓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도구다.

불법 주·정차는 물론 과속, 신호위반 등 각종 단속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보편화되고 있다. 이전엔 '입식 가림판' 등을 활용, 고정식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를 피하는 데 그쳤지만 이젠 교묘한 방법으로 번호판을 아예 가리고 운행, 과속이나 신호위반 등 단속을 회피하는 수단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번호판을 가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승용차 경우 ▷트렁크에서 나온 것처럼 수건을 걸쳐놓기▷클립을 이용한 종이가방이나 박스 끼워놓기 ▷종이를 번호판 크기로 잘라 붙여놓기 등이 일반적이다. 트럭의 경우 ▷제품 박스를 번호판 뒤쪽에 쌓아놓기 ▷번호판 구부려 놓기 등이, 봉고차 경우 ▷뒷문을 위쪽 방향으로 젖혀놓기가, 대형화물차 경우 흙·먼지를 닦지 않거나 칠해놓기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대구시와 구·군은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불법 주·정차단속 강화' 기간으로 정하고 주요 간선도로 및 버스승강장 주변을 이동식 CC TV 설치 차량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이를 피하기 위한 번호판 가림 행태가 날로 '지능화(?)'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로 단속에 걸려도 과태료를 물기 때문에 번호판을 가려서 걸리면 본전, 안 걸리면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단속을 피하는 방법이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지만 일일이 단속하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상 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면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지만 시민들이 이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속카메라와 신호위반카메라를 관리하고 있는 경찰도 번호판 가림 행위로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전방 단속'을 할 수밖에 없는 무인카메라 경우 차량 앞 번호판을 가려놓았을 경우 과속이나 신호위반을 해도 판독할 수 없다는 것. 경찰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형광 번호판이나 투명스프레이를 뿌린 번호판은 '정밀 판독'을 통해 범죄이용차량 등으로 수배조치하고 있지만 그 외의 가림 행위는 경찰이 직접 출동해 단속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는 것.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차량 번호판을 종이, 박스 등으로 완전히 가려버린 차량이 카메라에 찍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지만 판독이 불가능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와 구·군은 2005년 불법 주·정차 차량 37만 5천 건, 2006년 40만 9천 건을 각각 단속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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