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투성이의 대구의료원을 대수술한 CEO', '지방의료원 평가에서 9년 연속 최우수 등급', '두 번 연임 의료원장',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사람', '욕심이 많은 사람'.
이동구(62) 대구의료원장을 두고 세상 사람들이 만든 '꼬리표'다. 칭찬과 비판, 그리고 시기까지 고스란히 녹아든 표현들이다. 어쨌든 그는 대구의료원장 생활 9년 만에 유명 인사가 됐다.
6년 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마음씨 좋은 의사 선생님' 보다는 '권위로 똘똘 무장한 의료원장'이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첫인상'일 뿐이었다. 차갑게 보이는 외모로 인해 종종 그런 오해를 받는다고 했다.
그가 의료원장에 취임한 1998년은 한국이 외환위기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하지 못했고, 15년 동안 45억 원의 적자를 낸 대구의료원은 위탁경영 방안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그는 이 힘든 시기에 공채 의료원장이 된 것이다. "의료원이 살 길은 개혁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의료서비스와 조직 체계의 정비를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직접 '환자를 가족같이'란 슬로건을 만들어 야간진료, 직원 실명제, 친절 운동을 폈다. 개혁엔 저항이 따르기 마련. 일부 의사들은 '개혁 드라이브'에 반발, 의료원을 떠났고, 노조도 딴죽을 걸 때가 많았다.
"제가 사적인 욕심이나 비리를 저질렀다면 개혁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처음엔 반발하던 직원들도 진심을 알고 도와주더군요."
의료원장이 되면서 그는 네 가지를 끊었다. 바둑, 골프, 술과 담배. 직원들에게 작은 흠이라도 잡히지 않아야 겠다는 결심 때문. 아마5단 수준의 '바둑광'이어서 행여 업무 시간에 바둑을 둘 것을 걱정해 바둑판과 돌을 치워버렸다. 취임 초부터 관용차를 직접 몰고 다녔다. 운전기사를 구급차 운행에만 전념토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기관장 모임이나 행사장 등에 참석할 때는 주차 문제 때문에 다른 기관장들보다 일찍 나선다. 요즘엔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다른 기관장들의 기사들이 친절하게도 주차를 대신해 주기도 한다.
요즘 대구의료원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경영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대가로 받은 정부 지원금으로 2개 건물을 신축하고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5월 말 준공될 240병상 규모의 대구시 중리노인전문병원, 11월 말 완공될 특수질환센터인 '라파엘웰빙센터' 등이다.
'대구의료원이 너무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세간의 비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대구의료원을 잘 이해하지 못해 생긴 오해입니다. 돈벌이를 하려면 급성기 병상을 많이 지어야죠. 하지만 의료원은 장애환자 병동, 알코올중독자 병동, 장애인진료센터 등 민간 병원에서 외면받는 분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노숙자, 알코올 중독자, 홀로사는 노인들에 대한 진료 지원사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전국 공공의료기관 8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성 평가에선 1등을 차지했습니다."
경북대 해부병리학과 교수 출신인 그는 85년에 개원을 했었다. 개원의 동기는 집안의 '경제적 몰락'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빚 보증을 선 바람에 집과 월급통장까지 압류를 당했단다. 개원해서 성공했다. 당시 소득세를 연간 1억 원을 냈을 정도였다. 돈도 벌만큼 벌었다는 생각에 대구의료원장 공모에 도전하게 됐다는 것.
그는 기발한 경영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는 것일까? "성공한 대기업의 사례를 찾아 병원에 접목시키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삼성의 경영기법을 많이 응용했습니다. 지방의료원은 물론 민간병원까지 제가 도입한 의사 성과급제와 팀제를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부인 김세경(60) 씨와 산을 찾는다. "골프를 그만 뒀더니 아내가 정말 좋아하더군요. 주말을 함께 보낼 수 있기 때문이죠. 함께 산에 오르면서 젊었을 때와 다른 부부애도 느낄 수 있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길 수도 있어 참 좋아요."
결혼에 대한 사연도 재밌다. 부인이 고 3때 그가 가정교사를 했다. 부인은 이화여대(사회학과)에 진학했고, 6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다. "처음엔 안부를 묻는 편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연애편지가 된 셈이죠. 지금도 그때 편지를 소중히 보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독일병정' 같은 굳은 표정을 보였다가 연애 시절 얘기가 나오니 입가에 미소까지 머금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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