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생명복제산업의 명암

30, 40년 전 레이벤 후크가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한 이후, 생명체에 대한 인류의 본격적인 탐색이 시작되었고, 오늘날은 생명복제가 엄청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과 연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푸른곰팡이에서 분리시킨 페니실린이라는 항생 물질이 수많은 부상자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해 낼 수 있었으며, 페니실린은 이후 세계적인 제약회사를 키워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로부터 몇십 년간 미생물 복제에 의한 신약물질의 개발이 제약회사들의 화두가 되었으며, 그런 신약개발과 판매허가를 취득한 회사는 하루아침에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미생물 복제는 비단 의약품에 그치지 않고 식품, 에너지, 환경산업 등 다양한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미생물 복제산업은 복제 및 발효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폐수 오염 문제로 인해 대부분 후진국형 산업으로 전락하였다.

식물의 복제는 인류와 더불어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 식물복제는 눈부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은 나무 잎사귀 하나 혹은 조그만 조직 하나로 동일한 식물을 수천에서 수억 개체나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이 확립되었다.

이는 동물과는 달리 모든 식물은 하나의 세포가 완전한 생명체로 복제될 수 있는 능력(전체형성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에 식물 조직배양 기술이 소개된 이후 열악한 연구 기자재와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연구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연구자들이 불철주야로 노력한 덕택에 2000년대에 이르러 마침내 이 분야에서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오늘날 감자나 옥수수 등 환금성이 높은 작물이나 전세계적으로 유통되는 화훼류의 대부분이 조직배양이라는 식물복제 기술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그런 점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식물복제 장치인 생물반응기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식물 조직배양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진일보한' 세포수준의 복제기술을 보유함으로써 명실공히 세계 최고인 비트로시스(생명공학회사)를 우리나라에 두고 있다는 것은 이 분야에 대한 국민적인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 국제적으로 식물 생명공학산업의 한 축을 감당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 복제의 경우 최근 수십 년 동안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도마뱀의 경우를 예로 들면, 꼬리는 잘려도 다시 재생이 가능한데, 이는 진화하는 과정에서 도마뱀의 꼬리에 식물과 유사한 전체형성능이 어느 정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을 포함한 동물에서의 복제란 체세포(비생식세포)에서 도마뱀의 꼬리처럼 특별히 전체형성능이 남아 있는 세포를 선발하는 방법을 사용하거나, 체세포로부터 수정된 생식세포와 유사한 분열을 유도하기 위해 일련의 조작을 한 다음, 세포를 분열시켜서 그 개체가 가지고 있는 조직이나 기관으로 분화할 수 있는 최초의 세포덩이(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다.

동물 복제와 관련된 기술은 난치병의 치료나 장기이식 등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산업적인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전세계의 많은 실험실에서는 앞다투어 인간의 관점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생물을 창조하고 있다.

동물세포 복제의 경우에도 이미 인간의 유전자가 이식된 형질전환체에서 질병 치료목적의 의약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머지않은 장래에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동물이 사람과 똑같은 장기를 지니게 되고, 그로부터 적출된 장기를 사람이 사용하는 날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복제산업의 발전 양상을 지켜보며,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성(검증되지 않은) 때문에 무작정 반대를 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당면한 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인류를 걷잡을 수 없는 위험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기술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어느 누구도 쉽게 내릴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생명복제 기술에 대한 윤리성과 안전성 검증을 비전문가들에게 맡겨두는 어리석음은 최소한 막아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학교와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에서도 심도 있게, 일회성이 아닌 영속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문제를 다루었으면 한다.

손성호(동양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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