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레미콘이 대구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사장 등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간 초과, 슬럼프(반죽의 묽기) 불량 등으로 반품된 '기준미달 레미콘'이 아파트, 병원 등 건축공사장은 물론 도로 등 관급공사장에도 사용됐다는 것.
본지가 입수한 대구의 한 레미콘운송업체의 '레미콘 납품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쯤 대구 달서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공사장에서 슬럼프 불량으로 반품된 레미콘이 다른 업체가 짓는 한 병원 공사장으로 재출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하루 동안 이 업체가 사용한 불량 레미콘은 각각 6루베(1루베=가로X세로X높이 각 1m=1㎥)를 실은 레미콘 차량 4대(24t) 분량으로 물을 섞어 생성된 지 2시간 이상 경과한 뒤에 타설됐다.
앞서 12월 초에는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입품 거절당한 레미콘이 4시간 뒤 대구시종합건설본부가 발주한 교량 공사에 사용되기도 했다. 이 업체 한 직원은 "일반적으로 레미콘은 90분 이상 경과하면 강도가 급격히 떨어져 쓸 수 없다."며 "하지만 레미콘이 규격에 미달돼 반품되는 경우가 많아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은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고 털어놨다.
이 업체 납품서에 따르면 한 공사장에서 반품된 레미콘이 몇 시간 뒤 물을 섞어 다시 같은 공사장으로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대구 수성구 한 대단지 아파트 공사장의 경우 지난해 7월 20일 오후 1시쯤 공사장 현지 사정으로 회차한 레미콘 차량 2대가 업체에서 1시간 이상 대기한 뒤 물을 섞어 오후 3시가 넘어 다시 현장에서 타설되기도 했다. 한 레미콘 차량 기사는 "레미콘 업계에서는 '법대로 해서는 남는 게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 레미콘 업체가 현장 관계자, 감리사 등에 로비를 하고 납품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같은 공사장에서 거절당한 레미콘이 다시 들어가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업체는 공사장에서 불량 레미콘이 사용될 가능성도 있지만 회사에서는 이를 재활용한 적은 없으며 업체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레미콘이 해당 현장에 타설되지 않으면 운송료를 못 받기 때문에 기사들이 회사에 들어와 물을 섞어 다시 나가는 것일 뿐 회사에서 그런 일을 종용하지는 않았다."며 "반품된 레미콘을 재활용한 사실을 모른 잘못은 있지만 반품 레미콘은 돌덩어리로 만들어 회사에서 재활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난 레미콘의 경우 응고가 시작돼 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절대 사용해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혁문 영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적어도 1시간 이상 초과된 레미콘은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어떤 용도에 쓰였는지 조목조목 따져봐야 한다."며 "레미콘의 재활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균열, 붕괴 등 부실 공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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