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매매혼

옛중국에서는 벼라별 혼인 형태가 많았다. 뱃속 태아의 혼사를 부모끼리 정하는 腹爲婚(복위혼), 형 사망 후 남동생이 형수와 혼인하는 轉親婚(전친혼), 남편이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돈을 받고 씨받이로 빌려주는 典妻(전처), 혈족간 혼인으로 양가의 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近親婚(근친혼) 등은 일반적인 결혼관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이외에도 돈으로 사람을 혼인 대상자를 사는 賣買婚(매매혼), 미성년 자녀를 혼인시키는 早婚(조혼) 및 민며느리제도인 童養식, 일부다처제인 多妻婚(다처혼), 겹사돈 혼인인 換親婚(환친혼),강제적으로 여자를 빼앗아 혼인하는 掠奪婚(약탈혼), 정혼한 남자가 혼례전 죽으면 평생을 과부로 수절하는 望門寡(망문과)…. 이중 일부는 과거 우리사회에서도 볼 수 있었던 혼인풍습이다.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하나같이 인권 제로의 기형적 결혼 형태다.

우리 사회에서 국제결혼이 급증일로다. 1990년 100쌍 중 1쌍꼴이던 것이 15년새 10배 이상 증가,작년엔 8쌍 중 1쌍꼴로 크게 늘었다. 전체 결혼건수 중 22.68%에 이를 정도다. 대법원 분석 결과 한국 남성과 외국 특히 아시아 지역 여성간의 결혼이 전체의 76%를 차지한다.

문제는 국제결혼 급증과 함께 이혼도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가난,가족들의 부당한 대우,가정 폭력, 사회'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한 갈등이 주원인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서 '매매혼'등 비정상적 혼인도 이혼 증가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하기야 얼마전만 해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처녀와 결혼하세요', '환불 가능'등의 결혼광고는 21세기판 매매혼을 의심하게 한다. 현지에서 수십명 심지어 수백명의 여성들을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면접(?)한 후 하루이틀만에 곧바로 결혼식을 올리는 것 역시 매매혼의 혐의가 짙다. 오죽했으면 베트남 정부가 한국 남성과의 매매혼 여부 등을 조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을까.

현재 우리 농촌의 경우 국제결혼 이외엔 딱히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무자격 결혼중매업소에 대한 강력한 단속, 그리고 국제결혼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 보급을 위해 배전의 노력이 필요해진 때다. 농촌 가정의 전형이 되고 있는 국제결혼가정이 건실하게 뿌리내려야 농촌이 잘 살 수 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결혼은 여전히 人倫之大事(인륜지대사)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