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새 대입제도 개선안이 발표되자 전국 초중고 학생에게 독서와 논술 열풍이 한 바탕 몰아쳤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사교육 시장은 불황 타개를 위한 방편으로 내신이 비슷할 경우 궁극적인 변별력은 논술이나 심층면접 같은 대학별 고사라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초에 실시된 주요 대학들의 논술모의고사가 교과서를 중심으로 출제되자, 팽창 일로에 있던 논술 시장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당국에 근원적인 불신감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들은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논술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못한 채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언어영역과 논술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수능시험과 논술고사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논리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언어와 논술에서 고득점을 할 수 없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그러다 보니 참고서와 문제집에는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는 문제가 많았다. 독서와 논술을 지도하는 각종 학습지와 참고서, 학원들은 분석적 책 읽기와 형식적 글쓰기를 부추겼다. 그로인해 얻은 것은 경박한 잔재주와 말장난이고 잃은 것은 책읽기의 즐거움과 온몸으로 느끼는 감동이었다. 그 이후 언어영역 시험에서는 독해력과 읽는 속도, 비판적 추론 능력, 상상력, 직관력 등이 중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책을 많이 읽어야 빨리 읽을 수 있고 독해력도 배양된다. 무엇보다도 글 전체를 온몸으로 느끼며, 줄거리에 젖어드는 독서를 해야 예민한 언어감각을 배양된다. 주어진 글에 공감하고, 감동을 느끼며 온몸으로 읽을 때 상상력과 직관력이 생겨난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다시 통합하는 훈련을 해야 독해력이 배양된다. 또한 평소 독서를 할 때 국어사전과 옥편을 곁에 두고 새로운 어휘를 만나면 늘 찾아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영어사전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면 영어실력이 향상되지 않듯이 국어사전과 옥편을 활용하지 않으면 언어영역 고득점은 기대할 수 없다.
평소 모의고사에서 고득점하던 학생이 실제 시험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다소 산만한 것 같지만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학생이 일반적으로 점수가 좋다. 수능시험 준비를 하는 수험생에게 폭넓은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 주고 있다. 고3 일년 내내 교과서와 문제집 외에 문학작품이나 평론집을 단 한 권도 안 읽는 학생들이 많다. 그 많은 학습 시간의 상당 부분을 나무에 치중한다. 이런 학생들은 교과서와 문제집 지문을 이 잡듯이 분석하며 뜯어보는 학습법은 고득점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숲을 보는 눈, 전체를 포괄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종합을 최종 목표로 할 때 분석은 의미를 가진다.
윤일현(교육평론가·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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