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시대다. 인스턴트 식품, 찌든 공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하며 마음의 여유, 건강을 되돌아보자. 문화관광 웰빙 고장 문경의 숨어있는 속살은 웰빙족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과거, 문경 하면 시꺼먼 석탄이 떠올랐다. 푸르죽죽한 유니폼에 노란 헬멧, 마스크를 쓰고 눈을 제외한 얼굴이 온통 시꺼먼 광부들의 모습과 문경은 오버랩됐다. 하지만 가스와 석유에 밀려 석탄이 사라질 즈음, 문경은 관광산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이제는 석탄도시에서 관광도시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문경새재 나들목을 지나 10여 분을 달리면 나타나는 진남휴게소. 차에서 내려 5분가량을 걸으면 고모산성이 나타난다. 삼국시대 초기인 2세기 신라가 북으로부터의 침입을 대비하기 위해 축조한 성이다. 진땀을 빼며 15분쯤 걸어 정상에 오르면 좌우 통로가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밑으로는 영강이 흐르는 천혜의 요새다.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친다. 임진왜란 초기에는 왜병이 이곳을 정찰해 군사가 없는 것을 알고 춤을 추며 노래하고 지나갔다는 기록이 전해오기도 한다. 현재 발굴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인근에 있는 진남역. 하지만 기차는 찾을 수 없다. 대신 철로자전거가 반갑게 부른다. 석탄을 싣고 나르던 기차가 주민들 생계를 책임졌다면 이제는 철로자전거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왕복 4㎞, 50분가량 철로자전거를 타는 동안 옆으로는 영강의 물소리가 귓가에 젖어들고 650m의 어룡산이 바람을 실어나른다.
차를 타고 40여 분을 달리다 보면 나타나는 문경오미자체험촌은 문경시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관광 프로젝트다. 전국 오미자의 45%가 이 지역에서 나오면서 지난해 정부로부터 특구로까지 지정받았다. 최근 오미자는 머리를 맑게 해 수험생들에게 효과가 있고 기관지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에는 오미자 동동주 시음뿐만 아니라 떡 만들기, 뻥튀기기, 두부 만들기, 파전 굽기 등 갖가지 체험교실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즉석에서 만든 떡과 파전 안주에 마시는 핑크빛 오미자 동동주 한 사발은 나그네를 한껏 여유롭게 한다. "한잔 하세요.", "안주 좀 드세요." 한마디에 처음 만나는 나그네들 사이에 흐르던 어색함도 한순간에 사라진다.
육류, 생선이 전혀 없이 산나물과 밥만으로 내놓는 저녁식사는 그야말로 웰빙식사. 동네 주민들로 구성된 사물패와 나그네가 벌이는 질펀한 놀이판도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문경 하면 문경새재를 빼놓을 수 없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경상도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가기 위해선 꼭 찾아야 하는 영광의 길이기도 했고, 임진왜란 당시 왜구들이 이 길을 통해 전국을 유린한 상처의 길이기도 하다.
길이 무슨 죄가 있을까. 예나 지금이나 찾아오는 나그네는 누구든지 묵묵히 받아준다. 주흘관(영남제1관)~조곡관(영남제2관)~조령관(영남제3관)에 이르는 산책길 도중 만나게 되는 원터 등 사적들을 보면 마치 한양에 과거보러 가는 선비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부드러운 모래로 만들어놓은 비포장도로는 맨발로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어 더욱 푸근하다. 문경새재 입구에 들어선 KBS 대하사극 무인시대와 왕건을 촬영했다는 KBS 촬영장도 볼거리.
문경 하면 또 도자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산악지대인 덕분에 사토광맥의 매장량이 풍부해 사토를 쉽게 구할 수 있고 계곡에는 풍부하고 맑은 물이 있으며 우거진 숲에서 막대한 양의 땔감을 구할 수 있다. 그야말로 명품이 탄생할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막사발로 불리는 찻사발은 일본에서 최고의 명품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들른 문경석탄박물관에는 서민들 애환이 서려 있다. 석탄이 주요한 화석연료이던 시절, 지하 1㎞까지 내려가 석탄을 캐 국가 에너지 생산의 중추 역할을 하던 광부들의 삶을 그대로 재현해 놨다. 어린이들에게는 교육의 장으로도 좋을 것 같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문경·박진홍기자 pjh@msnet.co.kr
* 이번 주 여행코스 : 고모산성-철로자전거-대승사-오미자체험마을-문경새재-문경도자기전시관-문경석탄박물관-연개소문 촬영지
* '어서 오이소' 다음(21, 22일) 코스는 '호미곶 청보리밭과 영덕 복사꽃 나들이-포항·영덕'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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