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은 쉽게 받을 수 있는 '병원 치료'가 장애 아동들에게는 하나의 '도전'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이 '도전'을 도와주는 것뿐이지요."
대구 보건학교에서 6년째 무료 치과 진료를 하고 있는 치과의 장성용(39) 씨. 장 씨는 2001년 말 사비를 털어 이 학교에 '구강보건실'을 만들어 매주 목요일마다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치료한 학생은 모두 500여 명.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자 보명 및 덕희학교 등 인근 특수학교 학생들까지 진료하고 있다. 이곳에선 '보철치료'를 제외한 모든 치과 진료가 가능하고, 치 위생사까지 고용, 아이들의 치아를 관리해주고 있다.
장 씨가 방문 치료에 나선 것은 장애 아동들이 병원 가기를 꺼리기 때문. 발달장애나 정신 지체 아동의 입장에서 치과 치료는 참기 힘든 교육 과정의 하나이자 부모들에게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는 "장애 아동을 가진 부모가 용기를 내 일반 병원을 찾더라도 아이의 돌출 행동으로 난처한 경우를 자주 겪게 돼 결국엔 부모 역시 치료를 꺼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가 장애 아동의 진료에 힘을 쓰는 또 하나의 이유는 치과 의사이기 이전에 장애 아동을 가진 부모이기 때문. 둘째 아들(9)과 셋째 딸(7)이 현재 발달 장애가 있어 언제부터인가 장애 아이의 시선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는 "일반인들이 많은 곳일수록 아이들의 돌출 행동이 빈번해진다든지, 잠자코 앉아 있는 것이 아이들에겐 고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후 내 아이뿐 아니라 장애 아동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여러 단체의 후원으로 아이들의 무료 치과 진료를 계속할 계획이다. 여러 단체가 장애인의 진료에 관심을 가질수록 장애 아동의 진료가 양지로 나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아록회(경북대 진료 봉사단)의 도움으로 아이들의 무료 치아 검진을 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그는 치료와 함께 부모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 부모들에게 먼저 변화가 있어야 아이들의 진료도 가능하다고 믿는 까닭이다.
또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조그마한 공동체를 만드려는 꿈을 갖고 있다. 그곳에서 평생 무료 치과 진료를 하며 어울려 살고 싶다는 것. "장애인들은 버려지거나 시설에 가둬져야 할 존재가 아닙니다. 비장애인의 조그만 배려만 있다면 얼마든지 함께 살 수 있습니다. 그날까지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