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김현승 作 '절대고독(絶對孤獨)'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눈을 비비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영원의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내게로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뜻한 체온을 새로이 느낀다.

이 체온으로 나는 내게서 끝나는

나의 영원을 외로이 내 가슴에 품어 준다.

그리고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내 손끝에서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보내고 만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아름다운 영원을

내 주름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도 없는 나의 손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시와 함께

커피와 고독의 시인, 김현승 선생의 만년의 작품. 고독은 죽음이라는 인간의 유한성에서 비롯된 감정입니다. 자신의 죽음에 직면해서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이란 드물겠지요. 끝없는 캄캄한 어둠 속으로 홀로 내던져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 온몸에 오싹 소름이 끼칩니다. 세상 그 어떤 고독보다 더 절실한 절대 유일의 고독, 시인은 이를 '절대고독'이라고 부릅니다.

만년의 시인은 영생의 미망에서 깨어나 "이제야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사물들은 빛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 앞에서는 자신의 전부였던 시들조차 한낱 티끌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 순간, 역설적으로 살아 있음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게 되지요.

우리가 만약 영원히 죽지 않는다면 얼마나 끔찍할까요. 세상에 지옥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지옥일 겁니다. 죽을 수 있기에 우리는 행복합니다. 죽음 때문에 삶이 가치를 얻습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장옥관(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