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7) 씨는 집과 회사가 멀기 때문에 거의 아침식사를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승용차로 출근하기 때문에 차 안에서 식사를 해결할 형편도 못된다. 차라리 김 씨는 출근시간을 20분 정도 앞당겨서 러시아워를 피해 회사에 도착한 뒤 구내 매점에서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가격도 저렴하고, 속이 편치않은 빵 종류가 아니기 때문에 애용하는 편이다. 아침을 거를 경우, 허기가 져서 일도 손에 안잡히고 애꿎은 자판기 커피만 서너 잔씩 들이키기 때문에 입맛이 없더라도 김밥을 먹으려고 애쓴다.
방송국에 근무하는 박모(29) 씨는 아침 출근길에 빵과 커피를 산다. 사무실 책상에 칸막이가 있기 때문에 사무실 동료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빵과 커피는 별로 냄새도 나지 않기 때문에 좋다. 자취를 하는 박 씨는 처음엔 가급적 밥을 먹으려고 애썼지만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고 밥이며 반찬이 너무 오래 지나서 버리는 경우도 많아 빵으로 간편하게 해결하기로 했다.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아침 메뉴가 늘면서 아침을 건너뛰는 사람들이 크게 줄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3년 단위로 실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98년 59.4%에 이르던 20대 아침 결식률은 2001년 45.4%, 2005년 38.0%로 크게 줄었다. 전체 결식률도 98년 35.1%, 2001년 21.1%에서 2005년 16.7%로 줄었다. 바꿔 말하면,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 통계청은 올초 20대의 49.7%가 아침식사를 거르고 있다는 2006년 사회통계조사 결과를 인용, '20대 아침사양족'(Hungry Morning)이 블루슈머의 하나라고 발표했다. 다양한 아침 메뉴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
과거 '환자식'으로 인식되던 죽도 바뀌고 있다. '죽도 못먹고 다니냐'는 말이 있었지만 현재 죽 시장은 아침 대용식 중에는 고가 음식으로 간주된다. '본죽'은 2002년 9월 창업한 뒤 5년만에 가맹점 730개를 거느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매출액도 2004년 1천 500억 원에서 지난해 2천 1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달서구 본죽 용산장기점은 아침사양족을 겨냥해 개점 시간을 오전 7시로 당겼다. 이곳 송기용 사장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아침 식사용으로 죽을 찾는 고객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던킨도너츠는 광고를 아침식사 대용의 베이글 위주로 바꾼 뒤 베이글 매출만 작년에 비해 5배 늘었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점들도 아침세트 메뉴를 잇따라 선보였다. 스타벅스는 별도 아침메뉴는 없지만 베이글, 샌드위치 등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스타벅스 동아쇼핑점 관계자는 "베이글의 경우, 아침 시간이 지나면 매진될 만큼 인기가 높다."고 했다.
식품업계도 간편한 아침대용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한국 네슬레는 최근 우유에 간편하게 타서 먹을 수 있는 아침 영양식 '네스퀵 우유에 타먹는 검은콩', '현미오곡'을 선보였고, 농심은 머그컵에 뜨거운 물을 부어 15초간 저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 수프 '보노'를 출시했다. 해태음료도 '고소한 아침 두유'를 출시하며 대용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패밀리마트에서는 삼각 김밥이 많이 팔린다. 개당 700원으로 하루 전국 판매량은 약 50만 개. 질을 더 높인 800원짜리 삼각 김밥도 선보일 계획이다.
자가 운전자들은 출근길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소포장 떡도 좋아한다. 영양도 풍부하지만 달지 않은 떡의 경우, 빵 등에 비해 칼로리도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다. 최근 들어 젊은층 중심으로 호박, 당근, 흑미 등 천연재료로 맛과 색을 낸 색다른 떡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침배달 서비스도 인기다. 아침배달 전문점 '명가아침'(www.myungga.net)은 국, 탕, 찌개, 반찬 등을 데우기만 하면 되는 완제품 형태로 배송한다. 이달 초 영남권에서 처음으로 대구 수성구'남구점이 문을 열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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