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질 게 없지만...'
한·미 FTA가 타결된지 보름이 지났지만 지역의 수입차 시장은 여전히 차분한 모습이다. 시장 판도가 FTA와 연관성이 거의 없는데다 앞으로도 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대 수혜자로 점쳐진 미국산 승용차가 '역풍'을 맞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구매자의 기대 심리로 인해 판매가 위축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일본산, 유럽산의 강세가 계속될까?
수입 자동차 시장은 FTA와 무관한 일본산과 유럽산이 장악하고 있다. 본사 기획탐사팀이 지난 1년간(2006.4.1∼2007.3.31) 대구차량등록사업소에 신규 등록된 외제 승용차 787(중고차 제외)대를 분석한 결과, 렉서스(242대), 벤츠(88대), 혼다(80대), BMW(67대), 볼보(47대), 아우디(43대), 폭스바겐(42) 순으로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산의 경우 크라이슬러는 59대를 팔았지만 GM과 포드는 각각 35대, 13대로 순위에서 뒤처져 있다.
현재로선 구매자 선호도가 바뀌지 않는 한 미국산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높아질 가능성이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국산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미국 현지가 아닌 남미, 북미 공장에서 생산돼 FTA의 관세·특별소비세 혜택 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국내에 내놓은 15개 모델중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은 '랭글러', '그랜드 체로키', '캘리버', '듀랑고', '다코타' 등 5개 정도다. 나머지는 멕시코, 캐나다,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생산된다. 크라이슬러 관계자는 "5개 모델의 판매 대수는 전체의 14%에 불과하고 그 비중도 높지 않다."면서 "구매자들은 이를 잘 모르고 막연히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년간 대구에 신규 등록된 크라이슬러 59대 중 FTA적용 대상에 해당되는 모델은 그랜드체로키 14대, 캘리버 2대, 듀랑고 1대 정도였다.
FTA타결 이후 미국산에 대한 구매를 늦추거나 계약 취소가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미국산 딜러들은 '오히려 FTA가 독이 됐다.'며 울상이다.
황병건 대구 렉서스 지점 팀장은 "2005년 이후 대구·경북에서는 렉서스, BMW, 벤츠 3개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현재 판매 추세를 볼때 미국산의 약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중고차 시장은?
중고차 시장에서 미국산의 매매도 저조해졌다.
3년간 몰았던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은 이모씨는 "300c 모델은 FTA와 상관없는 차종인데도 미국산이라고 하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지레 짐작해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지역의 일부 중고차 딜러들은 미국산 매매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매입 자체를 꺼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소인 e-마켓 플레이스의 권오호 대표는 "외제 중고차 가격은 미국산을 제외하고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한장훈 크라이슬러 대구지점 부사장은 "FTA 관련 법안이 오는 9월 국회 비준을 받더라도 빨라야 2009년쯤 현실화되고 그중 일부 모델만 적용 대상"이라며 "미국산 중 상당수 모델은 FTA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획탐사팀=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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