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땅 대구경북의 성지/ 천주교 대구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 발행
지금은 전국적으로 일반화된 천주교 '성지순례'의 효시는 1978년 대구대교구 신암성당에서 시작됐다. 당시는 신암성당에서 천진암으로 떠나는 성지순례단을 경찰차가 앞뒤에서 호송할 만큼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렇다면 왜? 성지순례가 대구에서 시작됐을까. 그것은 대구·경북이 거룩한 순교의 땅이기 때문이다.
오는 2011년 교구설정 100주년을 맞는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선교사들에 의해 전교가 먼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을해박해(1815년), 정해박해(1827년), 병인박해(1866년)를 거치면서 뿌려진 성혈이 신앙의 씨앗이 돼 복음을 전했다.
1800년 정조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격화된 당파싸움은 조선 천주교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신유박해(1801년) 을해박해(1815년) 정해박해(1827년)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년)로 이어지는 가혹한 탄압으로 조선은 순교자의 나라가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구·경북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대구·경북의 성지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 박해를 피해 청송 노래산, 진보 머무산, 영양 일월산중, 봉화 곧은정, 문경 여우목, 상주 한실 등 신자촌에 숨어 살다가 경주나 안동, 상주 진영을 거쳐 대구 경상감영에 갇혔다가 옥사했거나 대구 관덕정(경상감영 연병장)에서 참수당한 순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지역 가톨릭 성지 26곳을 소개한 이 책은 철저한 고증이 뒷받침되어 있는 데다가 화보집처럼 사진이 풍부하고, 성지를 찾아가는 길까지 자세히 안내돼 있어 성지순례 가이드 북으로 안성맞춤이다. 안동교구와 관련된 문경 마원성지, 봉화 우곡성지, 국내에서 유일한 상주 신앙고백비,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의 선종지인 문경 진안리 등에 대한 소개도 담겨 있다.
또 성모당, 성유스티노신학교기념관, 주교좌 계산성당, 왜관 가실성당, 김천 황금성당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천주교 건축물과 관련한 뒷이야기도 함께 싣고 있어 향토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는 "마침 한국천주교회가 대구·경북지역 순교자 21위(대구대교구 20위, 안동교구 1위)를 포함해 123위의 신앙선조에 대한 시복시성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때에 현장 중심의 성지 안내서를 펴낼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며 "성지순례를 통해 신앙을 다지는 데 조그만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익포럼 펴냄, 8천 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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