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바꾼 지/ 몇 개월 되지 않았는데/ 제법 어슷하게/뒤꿈치가 닳아 있는 것이다/…/곰곰이 되집어보니/ 내 사유의 무게 중심도 오랫동안/ 한켠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것이다/….'(시 '낙인')
왼쪽이 더 닳은 구두. 그 물리적 현상에서 기울어진 사유의 무게중심을 얘기한다. 시인 김환식(49) 씨가 세 번째 시집 '낙인'(시와반시 펴냄)을 냈다. 지난 2005년 '낯선 손바닥 하나를 뒤집어 놓기' 이후 2년 만이고, 첫 시집 '산다는 것' 이후 17년 만이다.
시집에 녹아든 시인의 심상은 삶이다. 고달프고, 섧고, 힘든 것이 삶. 그러나 시인은 성찰로 다시 삶을 들여다본다.
'삶의 바탕은 무채색이었는데/ 염색을 한다는 것은/ 내가 깜쪽같이 세월을 속이는 것이다/…/가슴 한 쪽을 염색하고 말았는데/ 정작 삶의 흔적들은 염색하지 못했다.'('염색' 중에서) 삶을 쓰다듬고, 어루만지고, 그리고 그 속에서 의지를 퍼올린다.
시인의 이력이 남다르다. 가난한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공무원을 거쳐 자동차부품회사의 CEO가 됐다. 구두가 닳도록 뛰어다닌 주경야독. 그러면서도 시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시집 '낙인'에는 '가슴을 오래 후벼파는 법' '흰부리 도요새' '오래된 우물' '낙인' 등 4부에 걸쳐 모두 72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시는 삶에 힘을 실어주는 샘입니다. 그 속에서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사고를 끄집어냅니다."
문학평론가 신재기(경일대 교수) 씨는 평론에서 "시인이 기교나 특별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 것은 대상에 대한 진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감일 것"이라며 "삶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시적인 기예까지도 외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목을 전공한 김 시인은 경북도 지방공무원을 거쳐 현재는 (주)한중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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