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이어온 학생 시조동아리가 있다.
대구 남산고 '한얼'(지도교사 김세환). 1977년 4월 19일 창립했으니 꼭 30년이 됐다. 단발머리에 흰 칼라가 유난히 눈에 띈 까만 교복의 여고생들이 이제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것이 놀랍다.
30년의 긴 세월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한얼시조 30년사'. 1대에서부터 31대(고2 재학중)까지 회원들의 작품을 실었다. 99년 시조시인으로 등단한 5대 황인숙 씨의 '성묘', 92년 등단한 7대 조명선 씨의 '중추절에' 등도 눈에 띈다.
문무학 대구문인협회장은 축사에서 "30년을 이어온 것은 민족정신의 얼인 시조의 뿌리를 가꾸겠다는 김세환 시인의 의지 때문이었다."며 "'한얼시조 30년사'는 한국 시조사에, 교육사에 오래 남을 역사적인 책"이라고 말했다.
77년 당시 국어교사로 '한얼'을 창립한 김세환 시인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한얼'의 지도교사로 교실에 남아 있다. 그는 "'한얼'은 내 교직생활의 활력소였으며, 시조에 목마른 나의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밤샘 워드작업을 거쳐 몇 달 고생 끝에 이 책을 냈다. 당시 제자들도 수소문하고, 작품도 일일이 찾아 넣었다. "어둔한 컴퓨터 솜씨로 돋보기 너머 자료를 정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밤샘 작업에서 30년 전 까만 교복에 웃음이 맑은 300여 단발머리 문학소녀를 다시 만났다. "책을 받는 순간 눈물이 팍 쏟아졌습니다." 그의 또 다른 30년 사랑이 그에게 안긴 것이다.
21일 오후 2시 교내에서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30년사 출판회'를 연다. 둥지를 떠난 300여 명의 제자 중 40여 명이 참석하고, 재학생과 초청문인 등 모두 100여 명이 모인다.
이 자리에서 희끗희끗한 중년의 문학소녀들이 곧 정년을 앞둔 선생님을 안고 울지도 모른다. 30년의 세월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그러나 기다림으로 키가 크는 교정의 메타세쿼이아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아래의 '문학소녀의 꿈'도….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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