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龜尾(구미)시청 일대에는 '담장 허물기' 사업이 한창이다. 담장 허물기 사업이야 지자체에서 이미 보편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사업이지만 1979년 시청 신축 이후 28년 만에 담을 허물고 입구 전면 언덕배기 흙더미를 온통 절토하는 대공사를 벌이고 있으니 시민들도 다소 어리둥절한 모양이다. 봄철 연례행사인 거리 가꾸기 사업쯤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구미시의 奪胎(탈태) 몸부림이다.
시는 6억 원을 들여 시청 정문뿐 아니라 교육청과 우체국'문화예술회관 등의 담장을 모두 허물고 여기다 소공원을 조성키로 했다. 구미는 대기업 생산공장이 산재해 있는 데다 수출 1등 도시로 해마다 인구 1만 명이 늘고 있는 그야말로 타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활력도시가 아닌가. 공단 쪽 투자를 강화해 경쟁력을 높여도 시원찮을 판국에 한가하게 '담장 허물기' 사업에 진력하고 있으니 전시행정이란 의문이 들만도 하다.
그러나 구미시는 지금 쫓기고 있다. 비록 당장은 수출 도시로 평판 나 있지만 5년 뒤, 아니 2, 3년 뒤를 책임질 '미래산업'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캄캄하다. 디지털산업의 라이프 사이클은 '황의 법칙'처럼 짧으면 6개월로 끝나버린다. 물론 삼성전자기술센터나 전자관 등 관련 인프라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인상을 심어줄 경제외적 요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구미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sustainable) 성장을 고심해야 한다. 구미시가 갖고 있는 국제적인 위상으로 볼 때 문화가 동반되지 않은 첨단산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자칫 공업도시가 잿빛도시라는 인상을 심어줄 경우 생명력을 잃고 만다.
담장을 허문다는 것은 남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신호가 아닌가. 먼저 마음 속에 있는 유리 천장(glass ceiling)을 깨뜨려야 한다. 외국기업뿐 아니라 국내기업도 더 이상 폐쇄적인 도시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열린 도시'의 이미지로 좀 더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구미시 의지의 발로가 바로 담장 허물기에 담겨있을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한국계 학생의 총기난사 사건도 따지고 보면 보이지 않는 '높은 담장' 때문이 아니겠는가. '담장 없는 도시'의 반석 위에서 '디지털 도시' 구미는 진정 꽃필 것이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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