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아내의 현실과 가정 내 성폭력 문제를 세상에 알리며 '여성 지킴이'로 활동해온 (사)대구 여성의 전화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1987년 4월 20일 '여성 폭력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며 이옥분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 등 여교수 7명으로 시작한 단체가 20년이 지난 지금 여성 회원 380명으로 성장했다.
설립 당시의 이름은 '애린회(愛隣會)'. 여성을 위한 단체나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미했던 1980년대 후반 '이웃을 사랑하는 모임'이란 이름으로 여성 권익을 위한 활동을 펼친 것이다. 더욱이 전국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알려진 대구에서 가정 내 여성 문제를 사회로 끄집어내는 데에는 많이 어려움이 있었다.
매 맞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만 해도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맞을 짓을 한 여자'라는 인식이 강했던 게 사실. 하지만 '애린회'가 해를 거듭하며 여성들의 안식처로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굵직한 여성 폭력 사건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90년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여중생 출산 사건(성폭행을 당한 여중생이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아이를 학교에서 출산한 사건)이 대구에서 일어나면서부터였다. 쉬쉬하며 묻어두었던 성폭행 문제들이 한순간 대형 사건으로 터진 것. 그 후 대구 여성의 전화는 여성의 성폭행 문제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박차를 가했다. 89년 대구에서 처음으로 여성 상담전화를 만들었던 애린회는 94년 조직의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사)한국 여성의 전화 대구지부로 단체를 탈바꿈시켰다.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활동과 더불어 여성들의 의식을 깨기 위한 '대중 강좌'도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사회문화 강좌가 전무했던 시절이라 여성의 전화가 주최하는 강연에는 매회 여성들의 참여로 만원을 이뤘다.
또 성문화 의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과 가정 폭력의 실상을 알리는 등의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이 같은 활동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올해엔 이두옥 대표가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 공동대표로 추대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구 여성의 전화가 20주년을 맞으며 전국적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것은 적극 도와주고 함께해 준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소외된 여성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과 의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후원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대구 여성의 전화는 20일 오후 7시 수성구 범어동 문화웨딩홀에서 20주년 기념 및 후원의 밤 행사를 가졌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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