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와인 스트레스

일본의 타다시 아기 남매 작가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이 화제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칸자키 유타카는 죽으면서 '12 사도'로 표현한 12병의 와인과 이 모두를 뛰어넘는 최고의 와인 '신의 물방울'등 13병의 와인을 남겨놓는다. 와인에는 문외한이나 천재적 미각을 가진 아들과 죽기전 양자로 삼은 유명 와인평론가 이 두 사람에게 13병의 와인 이름을 모두 맞히는 자에게 전 유산을 양도한다는 유언과 함께. 유일한 열쇠는 13병에 대한 칸자키의 묘사뿐이다.

와인 이름 맞히기 시합이라는 독특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 독자들은 폭넓은 와인 상식은 물론 전문 지식까지 두루 접하게 된다. 와인 입문서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만화 주독자층인 10~20대보다 오히려 중장년층에 인기가 높을 정도다.

흔히 와인을 두고 "눈으로는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면서, 귀로는 크리스탈 잔이 부딪힐 때의 맑고 또랑한 음색을 즐기며, 혀로는 그윽하고 오묘한 맛을 음미한다"고 한다. 소주나 맥주처럼 한 입에 탁 털어넣거나 꿀꺽꿀꺽 마시는 술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웰빙 열풍 속에 와인 문화가 크게 확산되면서 요즘에야 슈퍼 마켓이나 삼겹살 고기집에서도 와인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니 가히 붐은 붐이다.

이 같은 와인 열풍 속에 와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니 재미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관련 설문에 따르면 국내 최고 경영인 10명 중 여덟명 이상이 와인 지식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거다. 이중 33.9%는 식사 자리에서 '와인을 선택하라'는 질문을 받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우물쭈물 하면서 "음~음~"만 연발하다간 점잖은 체면이 구겨질 판이라는 거다. 또한 25.7%는 '와인의 맛과 가격 등을 구분하지 못할 때', 20.5%는 '상대방이 말하는 와인 용어를 잘 모를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어쩌다 들은 풍월로 선택했다가는 한 병에 수십 만 원짜리나 되는 고급 와인을 따게 돼 가슴 쓰라려 한다거나 와인 용어를 몰라 본의아니게 '사오정'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와인은 이제 우리사회에서도 대화나 비즈니스에서 무시하지 못할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스트레스 받을 필요까지야 뭐 있을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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