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재교육의 안과 밖)영재의 특성을 고려한 학습 지도

자녀가 영재로 판별되었을 때 학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대견스러움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되지만 학습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는 매우 복잡하고 염려스러운 감정을 가지게 된다. 영재가 갖는 학습 특성을 가정과 학교에서 어떻게 고려하고 강점을 살려줄 것인가?

영재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능을 실제로 적용해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일정한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활동이나 답이 정해진 과제보다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직접 시도해 볼 수 있는 과제를 좋아한다. 영재의 이러한 학습 성향에 맞게 가정과 학교의 학습 환경을 구비해 준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 학급에서 영재들을 위한 심화된 교육과정을 마련하려면 일반 교사들에게도 영재에 대한 이해와 지도 능력을 높여 줄 수 있는 체계적인 연수가 필요하다. 방과 후나 주말 또는 방학 중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으로 영재를 위한 교육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방과 후 영재나 주말 영재와 같은 시간제 영재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말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이 일반 학급에서의 교육을 지루해 하지 않도록 원적 학급의 담임 교사의 교육적 대응이 필요하다.

교내외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대회나 발표회는 영재 학생들이 그들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촉진제가 된다. 각종 글쓰기 대회, 수학 경시 대회, 과학 실험 경연 대회, 발명 아이디어 대회, 학예 발표회, 전시회 등이 그 예다. 이러한 대회를 지나친 경쟁심 조장으로 보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다. 서로의 재능을 격려하고 함께 나눈다는 긍정적인 교육적 의미가 강조되어야 한다.

아울러 리더십과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 선진 영재교육 프로그램의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는 지도력과 사회성을 촉진시키는데 활동에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는 점이다. 영재가 사회적 자본으로서 또는 리더로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리더십 교육과 인성교육은 지적 수월성 교육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필요하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이 심화된 수학 문제 풀이나 과학 탐구 기능만을 촉진하는데 몰두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영재가 가진 긍정적인 학습 특성이 부각될 수 있도록 교육 활동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예컨대 영재의 폭넓은 독서 수준을 고려하여 단계적 읽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해 주거나, 계열이 뚜렷한 수학 영재의 경우 각종 경시대회나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단계적 성취감을 맛보게 도울 수 있다.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큰 영재의 경우 주간 과학퀴즈 제출을 담당하게 하거나, 각종 과학 탐구 대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좋다. 추론과 논증 능력이 뛰어난 영재의 경우 실생활의 주요 쟁점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자신의 재능을 실험해 볼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영재 학생들의 학습 활동은 그 내용, 방법, 그리고 산출의 관점에서 차별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과의 학습 내용에서 도시의 생활에 대해 공부할 때, 기본 개념을 모두 이해한 학생에게는 자기 고장이나 특정 도시의 문제점을 찾고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학습 내용으로 대체함으로써 도전감을 부여해 줄 수 있다. 식물의 싹트기 실험 과정에 참여하는 영재의 경우, 이미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러한 조건을 통제하여 특정 식물을 재배하는 프로젝트 과제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업의 결과로 나타나는 산출에 있어서 영재학생에게는 단순히 글로 쓰거나 시험으로 학습 결과를 제시하도록 요구하기보다 연설, 토론, 일기, 논문, 시, 그림, 모형, 비디오, 슬라이드, 작품 등을 통해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영재교육은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양질의 교육적 혜택을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 기준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고, 표준적 교육 경험으로는 학습에 어려움을 갖게 될 수도 있는 학생에 대한 배려를 통해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다.

우동하(영주 봉현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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