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 때에는 호기심이 많아 모두가 공부를 좋아한다. 선생님이 질문하면 일제히 손을 올리고 서로 대답을 하려고 한다. 학생들이 모두 옳은 답을 가지고 있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어릴 때는 잘못 대답했다고 꾸지람을 하지 않기 때문에 힘을 내어 공부한다.
그러나 고학년이 될수록 조금씩 모습이 달라지며 공부를 싫어하는 경향도 생긴다. 학부모나 교사들은 왜 그럴까를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6w짜리 꼬마전구와 3w짜리 꼬마전구 2개를 6v 건전지에 병렬로 연결하였습니다. 어느 전구가 더 밝을까요?"라는 문제를 냈다고 하자. 몇 명의 학생이 손을 드는데 병주는 곤란한 얼굴로 칠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츰 손을 드는 학생이 많아지고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야."라고 교사가 이야기하자 또 몇 명이 손을 올렸다. 병주도 거기에 이끌려 머뭇머뭇 손을 올렸다가 질문을 받았지만 답과는 거리가 멀었다. "w가 무엇인지 배우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모르면서 왜 손을 들까?"라는 빈정거림과 웃음이 쏟아졌다.
득의양양하게 일어선 진수가 "6w짜리 꼬마전구가 더 밝습니다. w가 더 크니까요?" "잘했어요, 쉽지요." 선생님의 말에 병주는 고개를 숙인 채 불만에 휩싸였다. "뭐야! w가 소비전력을 나타내는 것이잖아. 저런 것이라면 나도 금방 알 수 있었는데. 선생님은 뭐든 질문하라고 해놓고…"
이후 병주는 "이런 쉬운 기초문제도 모르는 무식한 학생이라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생각할거야."라는 기분 나쁜 생각이 머리에 맴돌게 되어 공부에 차츰 흥미를 잃게 된다. 조그마한 잘못이나 실수가 마치 정말 모르는 것 같이 인상이 박히고 강한 실패감이나 치욕감으로 되어서 학생의 마음에 남게 된다. 이것이 동기가 되어서 차츰 공부가 싫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것도 학생을 무시하지 않는 자세다. 채점된 시험지를 보면서 "이것도 점수냐?"라거나 "바보야! 학교에서 뭐 하는 거냐." 등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생각했으면 맞았을 텐데."라거나 "무심코 착각한 거야. 다음부터는 조심해야지."라고 반성하던 학생이라도 꾸지람을 듣게 되면 반성보다 반발심이 생긴다. 그 뒤로는 자기의 단점이나 오답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모르는 것을 숨기게 된다. 이렇게 해서는 학생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확실히 몰라도 얼마든지 발표할 수 있고, 모르는 것을 당당하게 질문할 수 있는 적극적인 학생으로 키워야 한다. 이것이 학생의 좌절을 막을 수 있는 학습지도의 중요한 길라잡이다.
강인구(상주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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