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시비비 코너)토플 인터넷 응시 대란

인터넷 응시방식으로 바뀌면서 최근 접수 대란을 빚고 있는 토플(TOEFL)에 대해 다양한 주장과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토플 주관사인 ETS측은 응시인원을 종전 6만4천 명에서 13만4천 명으로 7만 명 늘린다고 발표했지만 수요 급증을 노린 장삿속이라는 비난이 높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자체의 영어능력 인증시험 수준을 높이고 신뢰도를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편 외국어고 입시와 일부 대학 입시 전형 등에서 토플이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진학, 유학 등을 앞두고 외국어능력 평가를 제대로 받아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혼란이 가시지 않아 앞으로도 문제의 소지는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학생들은 이번 토플 대란의 원인과 문제점 분석, 토종 영어능력 인정시험 현황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 기반 평가로 바뀐 후 한국 응시생들의 토플 성적이 왜 전보다 떨어졌는지,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점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도 살펴보아야 한다.

▶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토플 대란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지목된다. 그 중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한 우리나라 응시 규모가 첫 번째로 꼽힌다. '2000년 5만명에 머물던 응시생 수가 2005년 10만 명을 넘어섰다. 8만여 명인 일본보다도 훨씬 많다. 미국 체류 유학생 10만 명 시대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토플 점수를 요구하는 기업과 대학, 특목고의 영향이 적잖다. 실제 토플시험장에서 성인 응시자는 20~30%에 불과하고 초중고교생 응시자가 70~80%를 차지하는 실정이다.'(신문 칼럼)

토플도 시험이니 자주 치면 점수가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 현상도 눈에 띄지 않지만 한 원인을 차지한다는 데 동의를 얻고 있다. '시험을 여러 번 칠수록 점수가 좋아진다고 믿는 학부모들이 한 번에 170달러(약 15만 원)인 비싼 응시료를 내고도 자꾸 시험 보도록 자녀를 몰고 가는 경향도 있다. 그러다 보니 진짜 토플 성적이 필요한 유학 준비생들이 제때 시험 보기 어려워 고생을 더 하게 된다.'(신문 칼럼)

다른 한편에서 비난받는 원인은 토플을 주관하는 ETS의 무책임이다. 지난해부터 인터넷 기반 시험(IBT)로 바뀌면서 응시 인원이 줄고, 시험장도 구하기 어려워졌는데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토플은 세계 180개국 학생들이 응시하지만 전체 응시생의 20%가 한국인이다. 따라서 최대 수요국에 상응하는 시험 환경을 조성해야 할 의무가 주최 측에 있다. 그런데도 ETS는 시험방식을 컴퓨터에서 문제를 내려받아 푸는 방식(CBT)에서 미국 서버에 동시 접속해 치르는 방식(iBT)으로 바꾼 뒤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iBT 방식에선 시험 인원이 30% 이상 줄어들 수밖에 없는 데도 서버를 늘리는 등의 필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예상가능한 소비자 불편을 방치한 것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횡포라 하지 않을 수 없다.'(신문 칼럼)

▶ 국내 인증시험 활성화가 대안

토플대란의 원인이 주관사의 문제라면 주관사의 태도 변화에 따라 쉽게 해결될 수 있다. ETS측이 내놓은 응시규모 확대 방안은 그리 믿음을 주지 못하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많은 한국 응시생들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시간이 가면 해결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그때까지의 불편은 참기 힘든 수준일지 모른다. 유학이나 취업, 연수 등에 필요한 토플 점수를 받기 위해 필요 이상의 애를 써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란의 원인이 우리 교육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면 자체적으로 풀어가는 게 순리라고 할 수 있다. '토플은 비영어권 학생이 미국 대학에서 공부할 언어능력이 있는지 재 보는 시험이다. 그런데 국내 응시생의 80% 정도는 유학과 관계없는 중고교생이다.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대학들이 영어특별전형을 하면서 토플 점수를 내라고 하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로 대학과 특목고의 자율성을 묶어 버린 교육 당국에도 책임이 있다.'(신문 칼럼)

해결책은 대학이나 특목고, 회사 등에서 토플 성적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줄이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어고와 일부 대학은 전형 요소에서 토플을 제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어 능력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토종 영어인증시험이 다섯 개나 있다고 항변할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이를 활용하려는 기관이나 기업에게 얼마나 신뢰를 주느냐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내 기업에나 학교에서 토플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 높은 토종 영어인증시험을 만들 때가 됐다. 교육부.대학이 공동으로 만들어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미 일부 대학은 이런 시험을 개발해 실시하고 있지만 인지도·활용도가 토플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지난달에는 국가 공인 영어시험을 만들자는 '영어교육진흥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를 계기로 제대로 된 토종 영어인증시험을 만들어 기업·대학 등이 널리 활용토록 하자.'(신문 사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의 사례가 흔히 인용되는 만큼 학생들은 잘 알아둬야 한다. 일본은 1963년 영어인증시험(STEP)을 개발해 시행 중이고, 중국도 자체 영어능력평가시험(CET)을 20년째 시행해 오고 있다. 신뢰도가 높아 토플 수요를 진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 영어 교육 전반의 문제

토플 시험이나 주관사의 문제점이나 국내 영어인증시험 신뢰도 등 근접한 문제뿐만 아니라 연관된 상황도 거시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제기되는 것이 영어 만능의 사회 풍조를 개선하자는 주장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입시에서, 취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영어의 기준을 낮추어야 한다. 어차피 모든 국민이 영어를 써서 먹고살 필요는 없다. 또 그럴 수도 없다. 그렇다면 현재 영어에 쏟는 지나친 에너지와 경비를 분산해야 한다. 영어가 지금처럼 절대권력으로 작용하는 한 이에 따른 교육적·사회적 병폐는 갈수록 악화할 수밖에 없다.'(신문 칼럼) 다소 지난 논의지만 영어공용화론과 연결시키면 토론할 만한 거리가 될 것이다.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의 문제로 연결시킬 수도 있다. '마땅히 공교육이 입시와 생활에 필요한 외국어 영역을 책임져야 한다. 언제까지 시장에 교육을 방치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영어능력이 바로 인간능력이며 출세의 지름길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좋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주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서 시장에 팔려버린 교육관련 대란은 끝이 없을 것이다.'(민주노동당 논평)

영어교육 자체와 관련해서는 단지 토플 문제만 갖고 떠들 게 아니라 본연의 사안에 대한 논의와 대책 마련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참에 국립영어연구원과 같은 별도 기관을 만들어 영어 문제를 좀 더 총체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토플이나 토익 같은 다양한 영어평가 도구를 개발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내재는 영어라는 언어의 문제를 거시적이고 총체적으로 다룰 기관이 필요하다.'(신문 칼럼)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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