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서오이소! 2007 경북방문의 해] ⑭포항·영덕의 '맛과 멋'

잦은 황사와 급격한 일교차로 심신이 지치기 쉬운 봄철. 일상의 상념을 벗어버리고 천혜의 자연환경과 비경을 가진 동해안으로 휴양을 떠나보자. 동해안 7번 국도에 몸을 싣고 바다를 벗삼아 탈출을 시도해보는 것.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가는 곳마다 봄철 유채꽃과 청보리밭이 반기고 대한민국 최고의 제철 별미인 대게와 활어들이 펼쳐져 있다.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가득한 동해안의 관광 요지인 '포항'과 '영덕'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맛과 최적의 자연환경으로 감탄을 안겨준 '호미곶 청보리밭과 영덕 대게 맛기행'. 올봄이 다 지나기 전 '맛과 멋'을 따라가 봤다.

?내연산 트레킹 및 경상북도 수목원 산책

1천400년 전 세워진 '보경사'와 쌍생, 관음, 연산폭포 등 12폭포를 가진 산으로 유명한 내연산은 봄 산행코스로 최적의 장소로 손꼽힌다. 험하지 않은 산세에 수십m를 자랑하는 폭포가 곳곳에 포진해 있어 하이킹에 자신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한껏 인기를 얻고 있는 곳. 게다가 1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아 등산객들에게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최고의 비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잠룡폭포는 '남부군' 촬영지로 유명한 곳. 영화의 촬영지를 찾아보는 것도 산행의 재미가 될 것이다.

내연산에 자리잡은 보경사는 보물 430호인 원진국사 부도 등 4가지의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다. 이 중 원진국사비는 일본이 한국의 기를 말살하기 위해 칼로 비석을 난도질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관광객들에게 '나라 잃은 설움'이 무엇인지 여실히 알려준다.

내연산 산자락을 끼고 펼쳐진 '경상북도 수목원'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휴양지. 프랑스의 바실 수목원(6천70ha)에 이어 세계 두 번째, 동양 최대로 현재 24개의 테마로 구성돼 있으며 그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해발 65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 5월부터 녹음이 지기 시작한다. 주차료와 관람료가 모두 무료이며 아이들 학습체험장으로 손색이 없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과 청보리밭

봄 산행을 만끽한 후 동해안 7번 국도를 끼고 국토 최동단인 호미곶으로 떠나보자. 대륙을 포효하는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곶은 검푸른 동해 바다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휴양 장소.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도 유명해 수십 만의 인파를 수용할 수 있는 해맞이 광장이 마련돼 있다.

바다 바람을 맞으며 공원을 산책하고 호미곶 앞 우뚝 솟은 '상생의 손'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좋을 듯. '상생의 손'은 해맞이 광장과 호미곶 앞 바다에 조성된 손 조형물로 밀레니엄 시대에 음과 양이 하나가 돼 서로 화합하는 대한민국을 이뤄나가자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호미곶 광장을 벗어나 동해면 방향으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10만여 평에 달하는 호미곶 청보리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고향을 떠나 도심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무릎 높이까지 자란 청보리밭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영덕 풍력 발전단지와 해맞이 공원

호미곶에서 다시 동해안 7번 국도를 타고 영덕 창포리로 몸을 맡겨보자. 이곳엔 바람이 많기로 유명한 강원도 대관령과 함께 전국 풍력발전 산업의 양대 산맥인 '영덕 풍력발전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연간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9만 7천㎿h의 전기를 생산해 내고 있다. 높이 80m의 상공에서 82m의 대형 프로펠러 24개가 창포리의 산자락 위에서 일대장관을 이루며 돌아가고 있다. 언뜻 유럽의 작은 마을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

영덕 풍력발전단지와 더불어 영덕군의 최고의 관광단지로 손꼽히는 곳은 2001년 완성된 해맞이 공원. 이곳은 지난 1997년 대형 산불로 초토화된 산자락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발리의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산책로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해안 절경과 무인등대를 활용한 공원엔 산불 피해목으로 만들어진 침목계단과 수선화, 해당화 등 향토 수종 37만 본이 식재돼 있다. 특히 무인 등대는 영덕의 상징인 대게 다리 문양으로 꾸며 놔 영덕을 알리는 명소로 떠올랐다.

?강구항 산책과 영덕 대게 맛기행

영덕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음식, 바로 영덕 대게다. 11월부터 5월까지만 맛볼 수 있는 영덕 대게는 꽉 찬 속살과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미식가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특히 8년 이상된 '박달대게'는 군청에서 인증하는 빨간색 마크가 부착돼 있어 그 맛과 질을 입증하고 있다. 가격대도 천차만별인 대게는 1만 원대의 홍게에서부터 10만 원을 호가하는 박달대게까지 주머니 사정에 맞춰 맛볼 수 있다.

오는 6월부터는 산란기 어획이 금지돼 있어 아직 대게의 참맛을 느껴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영덕 강구항 바다의 선상에서 바다의 정취를 느끼며 대게를 먹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여행의 별미가 되겠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영덕·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 이번 주 여행 코스 : 포항 내연산 트레킹 및 보경사 탐방-경상북도 수목원-죽도시장-호미곶 해맞이 광장 및 호미곶 청보리밭-영덕 풍력발전단지-해맞이 공원-영덕 강구항-영덕 지품면 복사꽃밭

* '어서 오이소' 다음(28, 29일) 코스는 '일월산 자생화와 고택 봄빛 여행-청송·영양' 편입니다.

▲ 경험자 토크

▷강서연(54·서울 강진구)='테마가 있는 경북 주말여행'에 벌써 4번째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 이번 포항·영덕 편의 맛 기행과 휴양 코스도 너무 좋았다. 바다가 보이는 호텔에서 자게 될 줄도 전혀 몰랐다. 또 포항 죽도시장과 영덕 강구항에서 자유식으로 원하는 회와 대게를 맘껏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계획이다.

▷임복자(65·서울 성북구 월계동)=제철 음식을 먹으며 편안한 숙소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가는 곳마다 바다를 낀 천혜의 비경을 만날 수 있었다. 호미곶의 청보리밭에선 자라나고 있는 쑥을 조금 캐기도 했다. 잎사귀가 훌쩍 자라버린 쑥을 보니 쑥떡을 해 먹었던 옛시절이 떠올라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서울에서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잊지 못할 여행이 되었다.

▷김명수(48·서울 종로구 구기동)=2만 원으로 배가 터지도록 회를 먹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 싱싱한 회를 이토록 싼 가격에 먹어 보기는 처음이다. 서울에서 5시간 걸려 내려온 보람이 있었다.

▷조봉미(40·서울 동대문구)=무엇보다 여행하는 내내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83명의 대군단을 이끄는 패키지 여행이면 으레 소홀하기 쉬운데도 이번 여행은 달랐다. 관광가이드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고 가는 곳마다 지역의 특산물을 홍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자체 시대가 온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여행이었다.

▲ 주머니 팁

보경사 : 입장료 2천 원(1인당)

더덕구이 정식 : 1만 원(1인당)

경상북도 수목원 : 무료 관람

죽도 시장 자유식 : 1만~3만 원으로 싱싱한 활어회를 맘껏 즐길 수 있다

구룡포에 위치한 호텔 : 6만 원선

구룡포 복지리 : 1만 원

영덕 대게 : 1만~10만 원까지 대게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 가능(대개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어획 가능)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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