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가 걸어온 길

지역에 '그리스도 참 사랑' 전파 한평생

시인이면서 포근한 감성과 탁월한 지도력을 갖춘 천주교대구대교구 제8대 교구장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가 24일 퇴임식을 갖고 신자들과의 작별을 고했다. 1965년에 사제로 서품, 1972년 보좌 주교로 서품되면서 본격적으로 대구대교구를 이끈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는 해외성지순례를 가서도 밤새 한 묶음의 시를 쓴 시인이자, 이윤일 요한 성인의 유해를 경기도 묵리에서 대구로 이장해오면서 눈물을 흘린 따뜻한 가슴을 지닌 목자이기도 했다.

1986년 교구장으로 착좌한 지 21년, 보좌주교로 대구대교구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한 지 35년, 그 외롭고 힘든 길을 가면서도 오직 하느님과 교구발전만 생각하여 사회복지 순교신심개발, 대구대교구 설정 100주년 준비와 100년사 정리에 탁월한 안목을 보였다.

혼자 있을 때면 요리도 곧잘 한 것으로 알려진 이 대주교는 교회 안팎의 어른들을 잘 섬기고, 수녀들을 자상하게 돌보며, 소외된 이웃에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교구민의 큰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주교 서품, 교구장 착좌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1935년 9월 14일생)는 경북대 정치학과를 마치고, 1965년 12월 파리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사제 서품을 받은 지 7년 만인 1972년 11월 30일, 37세의 젊은 나이에 주교로 서품됐다.

주교 서품 이후 주교좌 계산성당 주임신부(1977~1978년)를 겸했으며, 대구가톨릭병원 초대원장(1979년~1980년)을 지냈고, 학교법인 선목학원 이사장을 세 번이나 역임했다. 1986년 7월 5일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를 사목지표로 제8대 대구대교구 교구장에 착좌했다.

▷안세화 드망즈 주교와 쌍벽을 이루는 대구대교구의 기둥

안세화 드망즈 초대 주교는 재정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주교관 건립, 신학교 개교, 주교좌 성당 증축 등을 성모님께 허원하고, 교구청 경내의 가장 아름다운 보좌에 루르드굴과 같은 모양을 한 성모당을 지어 봉헌했다. 대구대교구의 기초와 터전을 닦은 셈이다.

이 같은 발전에 힘입어 이 대주교는 교구장에 오르면서 물질만능주의에 흔들리지 않는 순수 영성을 강화하기 위해 한티성지 개발, 병인박해 순교 성지인 대구 복자성당 건립, 대구 관덕정순교기념관 개관, 대구·경북지역 순교자를 위한 시복시성운동에 주력했다. 또 1980년에는 일제에 의해 강제 폐교된 성 유스티노 신학교를 다시 열자고 역설, 오늘날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의 필요성과 토대를 닦았다.

▷주교 서품 은경축에 교회 쇄신 위한 시노드 열어

주교서품 은경축(25주년)이던 1997년 11월 30일 이문희 바울로 대구대교구장은 '함께 가자 생명의 길로'라는 주제로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1차 시노드를 주교좌 계산성당에서 개막했다. 교구 시노드는 21세기 교회가 이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참 사랑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와 교회 쇄신을 모색하면서 1999년 10월 10일까지 2년간 계속됐다.

늘어나는 신자와 본당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03년 2월 교구를 대리구 사목체제로 전환해 각 대리구에 주교대리를 임명하고, 각 대리구청에서 본당에 대한 사목권을 직접 수행토록 했다.

▷늘어나는 교구의 효율적 관리 위해 5개 대리구제 도입

2011년 교구설정 100주년을 앞두고 2001년부터 교구 연차대회를 통해 각 분야별 점검을 계속해왔다. 2001년에는 사회복지대회(4월)와 소공동체지도자대회(11월), 2002년에는 초등학생대회(5월)와 평신도사도직단체대회(11월), 2003년에는 중고등학생대회(7월)와 대리구별 가정대회(10월), 2004년 대리구별 교리교사대회(1월), 2005년 복음나누기대회(4월), 사목 및 재무평의원대회(10월), 2006년 교구청년성서대회(6월) 등을 열었다.

▷2011년 교구설정 1백주년 연차대회와 교구 1백년사 정리

주교 시절부터 매년 가톨릭액션협의회(현 평협 전신)가 주최하고 가톨릭대학생회가 주관하는 한티 성지순례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순교성지에 대한 관심을 보인 이 대주교는 교구장 퇴임 이후에도 활발히 순교성지에 대한 연구와 순교신심 고양을 위한 연구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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