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화상채팅, 동거알선 등 음란퇴폐 행위를 하는 '사이버 매춘'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이버 매춘 운영자들은 단속을 피해 자신의 사무실만 한국에 있고, 서버와 도우미는 외국에 두는 등 지능화·분업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본사 기획탐사팀은 대구에서 음란 화상채팅 사이트를 운영하는 20대 후반의 A씨를 만나 몇 차례 설득 끝에 비밀 영업장을 엿볼 수 있었다.
◆영업장은 평범한 원룸
23일 오전 2시 대구시 남구의 한 원룸촌. 자물쇠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관에 들어서기 전만 해도 여느 가정집과 다를바 없었다. 방에는 남자직원 2명과 컴퓨터 5대가 전부였다. 컴퓨터 3대에는 자신들이 운용하는 음란채팅 사이트 창이 떠 있었고 나머지 2대에는 도우미를 관리하는 메신저 프로그램이 켜져 있었다.
A씨는 "회원들이 사이트에 접속해 신용카드나 인터넷 뱅킹 등으로 사이버 머니를 충전하면 실시간으로 여성 도우미들과 채팅을 하고 벗은 몸을 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면서 "회원은 500명인데 30, 40대 직장인이 많고 대학생도 꽤 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수입은 500만 원 안팎이고 여성도우미와 7대 3으로 나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유사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바람에 경쟁이 심해지고 광고비가 많이 들어 수입이 예전만큼 수입이 많지는 않다."고 했다. 대구·경북에만 50여 개의 유사 사이트가 있고 전국적으로 수백 개에 달한다는 것. 3년 전 경북에서 이 사이트를 운영해 100억 원대의 재산을 모은 20대의 '성공담'이 회자되면서 대구·경북지역에 유사 사이트가 많이 생겼다고 했다.
여성 도우미의 경우 자신들이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유흥업소 보도방처럼 20, 30명씩 고용하고 있는 '보도방'과 계약을 맺는 형태로 운용한다고 했다. 그는 "여성 도우미의 70% 이상이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탈북여성이고 나머지는 한국 여성"이라고 말했다.
A씨는 평범한 20대였다. 얼마 전만 해도 컴퓨터를 좋아하는 중소기업 직원이었지만 주위에서 '대박'을 터트렸다는 얘기를 듣고 6개월 전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걸려도 두 달만 감옥에 있으면 된다."며 아무런 죄의식도 갖지 않은 채 일확천금을 꿈꾸는 A씨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그늘을 엿볼 수 있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로 기자를 처음 만났던 장소에 데려다주고는 "컴퓨터 앞을 밤새 지켜야 한다."며 영업장으로 돌아갔다.
◆진화하는 사이버 매춘
인터넷의 음란 사이트들은 변종을 거듭하면서 단속망을 피해가고 있었다. 이들 사이트는 단순하게 음란물을 보여주는 홈페이지 형태에서 최근에는 음란화상채팅, 사이버부킹, 동거알선 사이트 등 쌍방향 성매매 방식으로 진화됐다.
대학생 박모(24) 씨는 "여자친구를 사귀려고 사이버 부킹사이트에 가입했는데 실제로는 인터넷을 통한 매춘 사이트여서 회비만 날렸다."고 했다.
음란 사이트는 분업화·조직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음란채팅 사이트의 경우 운용자가 도우미 수십 명을 관리하는 '보도방',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스팸메일을 전문적으로 보내는 '광고방', 다른 사이트로부터 해킹을 막아주는 '경비업체' 등과 따로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운용하는 게 보통이다.
김재성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이들 사이트의 서버가 외국에 있는데다 점차 지능화돼 단속이 어렵다."면서 "음란물은 중독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 사용자가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기획탐사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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